투자자에 외면 당한 KRX300…7개 ETF 순자산, 800억 안돼

순자산가치 총합 787억 그쳐
이미 상장폐지된 상품도 많아
6년 전 금융당국 주도로 출범한 KRX300지수가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종목 구성과 수익률 측면에서 기존 지수와 차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0일 상장지수펀드(ETF) 정보 플랫폼 ETF CHECK에 따르면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총 7개다. 이들 상품의 순자산가치 합계는 787억원에 그쳤다. 종목당 평균 순자산이 110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ETF 한 종목당 평균 순자산(약 1700억원)의 6% 수준에 불과하다. KRX300지수 관련 상품이 투자자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는 것이다.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상품도 적지 않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5월 ‘ARIRANG KRX300’을 상장 폐지했다. 당시 순자산이 35억원 수준으로 상장 폐지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KRX300금융, KRX300산업재 등 KRX 기반 업종 ETF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KRX300을 활용한 레버리지 ETF도 투자자의 외면 속에 상장 폐지됐다.

KRX300지수는 2018년 한국거래소 주도로 출시됐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내걸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300개를 선별해 만들어졌다.

기존 대표 지수와 차별화하지 못한 게 KRX300의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대거 편입되면서 기존 지수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벤치마크를 바꾸는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KRX300을 채택할 만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최근 공개된 밸류업지수가 KRX300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차별화에 실패해 기관투자가들이 밸류업지수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KRX300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