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1호 여성 대표, 수탁고 700조 원 1위 달성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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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는 취임 2년 반 만에 300조 원 규모의 공·사모 펀드 사무관리 회사를 수탁고 700조 원 규모로 업계 선두 자리에 올려놨다. 하나금융그룹 1호 여성 대표이면서 금융권에서 40년 가까이 현직에 몸담은 노 대표를 가 만났다.[한경ESG] -여성 리더 ④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하나펀드서비스가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사무관리사회사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는 “펀드 사무관리업계 경쟁이 치열한데, 이번 성과로 하나펀드서비스가 업계 선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하나펀드서비스는 지난해 말 한화자산운용이 진행한 일반사무관리 위탁 공개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업계 1위를 꿰찼다. 10년 넘게 신한펀드파트너스가 맡았던 한화자산운용의 공·사모 펀드에 대한 사무관리 업무가 하나펀드서비스로 이관됐다.
그는 “한화자산운용의 일반사무관리위탁으로 40조 원 규모의 펀드를 넘겨받게 됐다”며 “국민연금과 한화생명 등 일임자산까지 포함하면 약 7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대체자산 사무관리 시스템과 관련해 구체적이면서 적극적인 구축 계획을 제시한 것을 성과 비결로 꼽았다. 그는 “하나펀드서비스는 국내 8개의 사무관리회사 중 가장 많은 기관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기관투자자 대상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로 하나펀드서비스는 일반사무관리업계 순위에서 신한펀드파트너스를 제치고 700조 원 규모의 수탁고로 업계 1위에 오르게 됐다. 노 대표는 1987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몇 년 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30년 넘게 한 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40년 가까이 금융권 현직에 몸담아온 여성 금융인으로는 손에 꼽는다. 지난 2022년 3월에 하나펀드서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노대표는 하나금융그룹 1호 여성 대표이기도 하다.
노 대표는 “당시 하나은행은 업무에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균형과 다양성을 토대로 여성 리더를 키우는 분위기였다”며 “지점 근무 당시에 수시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신과 여신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업무적 역량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하나은행 지점 근무 당시 30대에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롱런한 비결에 대해 ‘칠전팔기’ 근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하나은행 초임 영업점 지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당시 퇴직연금 상품 브로슈어를 들고 시내 버스회사 간부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찾아가서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버스회사로부터 20여 년 전 당시 60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금융소비자부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상품개발부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를 재검토한 끝에 제조 판매 관
리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성과를 내며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노 대표의 칠전팔기 정신은 하나펀드서비스 대표직을 역임할 때도 통했다. 대표직을 맡고 2년 후인 올해 하나펀드서비스는 대규모 고객 유치에 성공해 사실상 수탁고 700조 원 규모로 업계에서도 독보적1위 자리를 꿰차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노 대표는 기업 성과와 함께 직원 복지에도 신경 썼다. 그는 “과거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회사였지만, 제가 취임한 이후 분위기를 싹 바꿨다”며“직원들에게도 누구든 들어오고 싶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하나펀드서비스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로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하나펀드서비스는 원래 외환·하나은행 합병 전 외환은행에 펀드서비스라는 본부의 부서로 있던 조직에서 분사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일‘ 반사무관리회사’로서 국내 최초로 전문 사무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예컨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보험회사가 운용하는 변액보험, 각종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효율적으로 자산운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산가치 평가와 회계처리를 수행하는 등 자산운용에 특화된 시스템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펀드를 거래할 수 있도록 제3자 입장에서 펀드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시장에 제공한다..”
최근 이직률이 많이 줄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사무관리회사 특성상 거래처가 다양하고 주식시장이 끝난 후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직원들의 야근이 잦았다. 취임 이후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 등을 살펴보니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매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식사하며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늘 칭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관리가 중요한 회사인 만큼 업무상 실수에 대해선 징계하는 등 상벌을 명확히 한다.”
하나펀드서비스의 차별화된 서비스 포인트가 있다면.
“고객사에 맞는 맞춤형 사무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즉 우리 회사가 갖춘 기본 시스템에 고객사가 원하는 시스템을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결국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하나펀드서비스에 대한 성장 목표는.
“하나펀드서비스는 하나금융지주의 독립계열사로서 설립 초기 수탁고는 약 27조원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고객이 늘면서 2020년 약 330조 원 정도였던 수탁고가 최근 자산운용사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면서 불과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2배 이상 커져 지금은 약 700조 원에 육박한다. 회사 자산이 늘어난 만큼 성장한 회사를 지키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형만 1등이 아니라 기본이 탄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에 펀드회계시스템 외 시장분석에서 성과분석, 리스크 관리 등 종합적인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ESG 경영에 대한 대표님의 견해를 듣고 싶다.
“ESG는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성장 이면에 자리 잡은 치우친 가치와 다양성의 훼손을 치유하며 조화와 균형을 찾는 노력인 셈이다. 여성 임원 할당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기업활동은 여성을 배제한 채 남성 위주로 이루어지고, 이를 강제로라도 되돌리려는 노력이 여성 임원 할당 제도다. 남성과 여성이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기업활동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 경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2022년 초 하나펀드서비스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경영 목표는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 ‘업계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하나펀드서비스가 업계 최고가 되려면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직장에 만족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느낄 때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기고 이는 양질의 고객 서비스 창출로 이어지며, 회사도 같이 성장하게 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