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7년 쉼없이 달렸다…세계서 가장 빨리 '1억대'

글로벌 완성차 '최단기간' 달성
"새로운 1억대 시대를 열자"
첫번째 차로 아이오닉5 선정

3代 걸친 '품질 경영' 바탕
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혁신 가속
美·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 확장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8시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선 이동석 국내담당 사장과 노조 관계자 등 3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출고되는 현대차 통산 1억1대째 차량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주인공은 진회색의 아이오닉 5.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의미로 1억 번째 출고 차량 대신 1억1번째 차량을 조명했다”며 “새로운 1억 대의 주인공은 전기차란 점을 감안해 전기차 전용플랫폼으로 만든 차를 선정했다”고 했다. 1억1번째 차량은 생애 첫 차로 구입한 20대 남성 고객에게 인도됐다.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아반떼

현대차가 1967년 창립 후 57년 만에 누적 1억 대 생산을 돌파했다. 회사 창립일 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현대차를 낳은 사람은 정주영 선대회장이었다. 정 선대회장은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1960년대 국토 재건 및 도로 확충을 계기로 미국 포드와 손잡고 현대차를 설립했다.
현대차의 1호 차량 코티나는 이듬해인 1968년 11월 울산공장에서 생산됐다. 국내 최초 독자 모델인 포니가 나온 건 그로부터 7년 뒤인 1975년이었다. 현대차는 1986년 누적 생산 100만 대를 넘겼고, 10년 뒤엔 다시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엑셀과 쏘나타가 미국 시장을 파고든 덕분이었다.

한 번 탄력을 받자 현대차의 기세는 더 세졌다. 1999년부터 현대차그룹을 이끈 정몽구 명예회장이 주도한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 튀르키예 인도 체코 등지에 공장을 짓고,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그렇게 2013년 5000만 대 벽을 깼다.

2015년은 고급화의 원년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내놨고, 고성능 브랜드인 N도 출범시켰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으로 만든 전기차들이 더해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누적 생산 1억 대를 넘긴 곳은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오랜 역사를 갖춘 업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1억 대 위해 미래 준비”

그동안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다. 누적 판매량이 1537만 대에 달한다. 엑센트(1025만 대) 쏘나타(948만 대) 투싼(936만 대) 싼타페(595만 대)가 뒤를 잇는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출범 7년여 만인 지난해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었다.

현대차는 새로운 1억 대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을 확충해 100만 대 생산 능력을 추가로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는 누적 생산 1억 대 달성을 계기로 새로운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중심에는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1억 대 누적 생산은 현대차를 선택해준 수많은 고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과감한 도전과 집요한 연구를 통해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 새로운 1억 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동석 사장도 “누적 생산 1억 대 달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라며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