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항구 파업 돌입…고용·인플레 영향 우려

미국 해상운송 절반 영향, 하루 최대 5.3조원 손실
장기화될 경우 고용·인플레이션 악화 가능성
사진=AP
미국 동부 및 걸프 연안(멕시코만) 항구 노동자들이 30일(현지시간) 자정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조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해상 물류가 중단되면서 미국의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45,000명의 이 지역 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 선원 협회(ILA) 노조와 미국 해사 연합(USMX) 고용주 단체 간의 노동 계약이 30일 늦게 만료되지만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현재 파업을 막기 위한 회담은 잡혀 있지 않다.ILA는 전 날 동부 표준시로 1일 오전 12시 1분부터 항구 파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1977년 이후 처음으로 해안 전역이 파업을 하게 되며 미 전역 해상 운송의 절반을 처리하는 항구가 영향을 받는다.

제프리스는 이번 파업으로 메인주에서 텍사스주로 가는 컨테이너 수송이 중단되면 하루에 30억달러에서 최대 40억달러(5조2,600억)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파업이 계속되는 기간중 미국 GDP가 주당 45억 달러에서 75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옥스포드는 "파업이 끝나면 타격이 반전되겠지만, 파업이 발생한 주에서는 미처리 물량을 정리하는 데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서부 해안 항구들이 이미 최대 용량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잠재적인 작업 중단에 앞서 추가 상품을 수입하거나 서부 해안 항구로 선적을 옮겼기 때문에 단기 파업은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몇 주 이상 지속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체 컨테이너 운송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소매업체 가운데 월마트 코스트코같은 대형업체들은 수개월전부터 파업에 대비해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상품을 서둘러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운송 및 보관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대다수 운송업체나 대부분의 사업을 동부와 걸프 연안에서 하는 사업체들은 재고를 선확보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해 이 같은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분석가들은 “동부 해안 선원들이 실제로 파업을 한다면 다음 주 소비자 주식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동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ILA의 리더인 해럴드 대겟은 수개월간 컨테이너선 운영업체 머스크 같은 고용주에게 “상당한 임금인상과 터미널 자동차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관할하는 36개 항구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ILA의 파업은 노동계에 우호적인 바이든 대통령을 불리한 입장에 몰아넣을 수 있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치열한 선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바이든은 전 날 부두 노동자들이 새로운 계약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80일간의 냉각 기간을 부여해 국가 안보나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 분쟁에 개입할 수 있으며 ,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근로자들을 직장에 복귀시킬 수 있다.

금요일에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USMX 고용주 그룹과 만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선의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