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비행기 조종실 구경할래?"…상상 못할 일 벌어졌다

유치원생 딸, 비행기 조종실 들여보낸 사무장…"처벌 못해"

국토부, 진에어에 과태료 500만원
조종실 출입 허락한 기장·사무장 처벌 조항은 없어
서울항공청, 국토부에 제도개선 건의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항 중인 비행기 조종실에 객실 사무장의 가족이 출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행법상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조종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조종실을 구경시켜준 기장, 사무장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항공사에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국토교통부에 관련 벌칙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항공 보안 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은 진에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인가받지 않은 사람이 조종실에 출입했기 때문이다.문제가 된 사고는 지난 3월 1일 베트남 다낭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LJ070편 항공기에서 발생했다. 이륙 후 약 1시간 10분이 지난 뒤 화장실을 이용한 기장은 객실 사무장과 마주쳤다. 당시 기장은 사무장에 가족의 조종실 출입을 승낙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사무장은 객석에서 남편과 유치원생 딸을 데려왔다. 이후 기장에게 연락했고, 기장은 잠금장치를 해제, 이들이 조종실에 들어오도록 허락했다. 사무장 가족은 조종실 내부를 3∼5분 구경했다.

이 사건은 익명의 제보자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민원을 계기로 알려졌다. 기장과 사무장은 비인가자의 조종실 출입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장의 딸이 어려 이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운송 사업자는 기내 보안 유지를 위해 조종실 출입 절차 및 비인가자의 침입 방지 조치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진에어 자체 보안 계획도 조종실 출입이 허가된 자를 제외하고 누구도 출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진에어가 조종실 출입 통제를 소홀히 하고 보안 계획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가족을 임의로 조종실에 출입하게 한 기장 및 사무장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