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이번이 마지막…장수명 아파트로 지어야"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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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유럽의 오래된 유적 도시들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들은 파리, 런던, 로마처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쉽지 않지만, 주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하여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큰 불편함 없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궁전이었던 공간은 호텔로 변신하고, 오래된 공공 건축물도 주거용으로 사용됩니다.
잘 만들어진 도시라도 시대가 변하면 현재 수요에 맞지 않는 공간이 늘어납니다. 서울에 주거용 건물은 부족하고 상가와 중소형 오피스는 비어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1기 신도시도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1기 신도시는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2030년까지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선도지구 공모 대상 구역 162곳 중 61.1%에 해당하는 99곳이 신청했으며 경쟁률은 5.9대 1로 6곳 중 5곳이 탈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분당 신도시의 경우 8000가구를 선정하는데 5만9000가구가 신청해 경쟁률이 7.4대 1에 이릅니다.
지금은 재건축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2030년이 다가오면 선진국처럼 재건축 비용이 주변 시세보다 높아져 개개인이 대수선하며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도지구로 선정돼 재건축하더라도 공사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벽식 구조 아파트를 짓는다면 향후 리모델링이나 공간 변형이 어렵고 층간소음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벽식 구조로 짓고 추후 다시 재건축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젊은 인구가 도심으로 몰리고 신도시에는 고령 인구만 남습니다. 서울도 신속통합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고밀화하고 있습니다. 다시 재건축이 필요해질 시점에서 1기 신도시는 고령층만 거주하는 시니어타운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그래서 분당에서는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할 경우 선도지구 선정에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라멘 구조 아파트는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지만, 10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내부 평면 변화와 리모델링도 용이합니다. 층간소음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습니다.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수선 등을 통해 거주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선도지구를 포함한 1기 신도시 전체가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재건축이 끝나면 향후 공사비 상승과 인구 고령화로 추가적인 재건축은 불가능해질 것이 확실합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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