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허들' 은행마다 제각각…일부는 1주택자 대출도 중단
입력
수정
지면B3
대출 제한조치 은행별 도입은행별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조건이 ‘난수표’가 됐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억제하면서 금리는 올리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제각각 대출 제한 조치를 도입하면서 은행별로 대출 한도와 조건이 모두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일부 은행은 소비자 대신 대출 조건이 유리한 곳을 찾아주는 ‘대출 모집인’과의 계약까지 끊었다. 주담대를 받으려는 ‘예비 차주’는 1주택 여부 등 본인이 해당하는 조건에 맞춰 은행별 대출 가능 여부를 직접 따져봐야 한다.
국민·신한·우리은행 3곳은
기존주택 처분 조건 신규 대출
주담대 조건 은행마다 달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기조차 어려워졌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다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유일하게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조건 없이 판매 중이다.1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주담대를 받기 쉽지만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1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전국 어디에서든지 1주택자가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공급하지 않는다. 다만 신한 국민 우리 등 3개 은행 모두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신규 주담대는 내주고 있다.주담대 만기도 은행마다 제각각이다. 주담대 만기가 짧을수록 개인의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40~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국민은행은 수도권에 한해 주담대 최장 만기를 30년으로 줄였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아파트 기준 최대 40년이다.
주담대를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 생활 안정 목적으로 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생활 안정 목적 주담대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 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농협은행은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수도권 주택 대상 생활 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모집인 통한 비교도 막혀
전세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신한은행은 취업과 같은 특별한 사연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1주택자에게도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수도권에서의 전세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있다. 1주택자가 이들 두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선 직장 이전, 자녀의 전학,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등 예외 요건에 속해야 한다.국민 신한 우리 농협 등 4개 은행은 갭투자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 등이 붙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줄줄이 중단했다. 소유권이 시공사에서 수분양자로 넘어오는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이 조건부 전세대출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집주인이 분양대금 일부를 세입자의 전세대출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의 자금 조달이 4개 은행에선 사실상 불가능해졌다.주담대와 전세대출이 막혀 신용대출을 알아보려는 소비자라면 은행별 한도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최대 한도는 개인 연소득의 100%다. 이때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이 있다면 그만큼 한도에서 차감된다. 연소득 5000만원인 개인이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 3000만원이 있다면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선 최대 2000만원까지만 더 신용대출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은행별 대출 조건과 한도가 천차만별인 가운데 여러 은행의 금리와 대출 조건을 비교해 유리한 곳을 찾아주는 ‘대출 모집인’을 통해 대출받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순께 동일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