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M16, 전투 로봇…'다르파'는 또 뭘 개발할 것인가 [서평]

미래 기술의 설계자, 미국 국방연구소의 비


애니 제이콥슨 지음
이재학 옮김
지식노마드
604쪽
2만8000원
1957년 10월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위성은 소련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소련은 ICBM으로 핵폭탄과 같은 훨씬 더 무거운 탄두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내 어느 도시에도 보낼 수 있게 됐다.

소련 과학 기술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국방부 내에 고등 연구 계획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ARPA)이라는 명칭으로 ‘미래의 거대 무기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었다. 이 조직은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국방(Defence)라는 이름을 붙는다.<다르파 웨이>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군사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르파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인터넷, 범지구적 위치 측정 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무인 드론과 같은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술들이 다르파의 혁신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베트남전쟁은 다르파의 기술력이 미군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던 시기였다. 다르파는 정글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쉬운 ‘M16 돌격 소총’을 개발했다. 이 소총은 아직도 미군 병사들이 사용한다. 낮게 나는 무인기, 적을 추적하는 감청 장비나 땅의 진동을 측정하는 기기 등 전쟁용 기기들이 속속 개발됐다.

‘에이전트 오렌지’라 불리는 고엽제를 개발한 것도 다르파였다. 정글의 반군이라는 극도로 복잡다단한 문제를 한 방에 끝내 버릴 방법을 고안했다. 광대한 밀림에 고엽제 살포해 베트콩들의 주식이었던 뿌리 식물 마니옥(카사바)를 유독하게 만들어 굶주림으로 이들을 굴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화학무기의 사용은 윤리적 논란을 가져왔다.다르파의 기술력이 발전할수록 과학과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는 더 깊어갔다.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전쟁 이외의 작전까지 기술력은 더욱 확장됐다. 가상공간에서 작전을 펼치는 시뮬레이터 네트워킹 프로젝트도 개발됐다. 이는 대대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G)로 알려졌다.
1990년대 걸프전,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다르파는 과학 기술의 최첨단에서 활동했다. 인공지능, 로봇뿐만 아니라 뇌-기계 인터페이스, 유전자 편집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킬러 로봇’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저자는 다르파가 가져올 미래 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할 때라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