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커지는데…'대반전' 상황 벌어졌다

소비재 펀드 선방
중국-밸류업 기대감 영향
/사진=이솔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짐에도 소비재 펀드가 최근 배당주 펀드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서 배당주가 선방한다는 인식과 반대다. 중국에 투자하는 소비재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데다 국내 소비재주도 최근 밸류업 기대감 등이 더해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밸류업 기대감에 소비재주 ↑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펀드 289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26%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 108개만 따로 추린 경우 평균 수익률은 -2.69%로 더욱 낮아졌다. 배당주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챙길 수 있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선호되는 주식이다. 그러나 지난달 밸류업지수가 발표된 이후 은행주, 보험주 등에서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배당주펀드 수익률도 흔들리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7.30% 하락했고 하나금융지주(-6.15%). 삼성생명(-6.69%) 등도 약세였다.

반면 경기에 민감해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소비재주들은 오히려 최근 상승하고 있다. 소비재펀드 30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4.48%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테마 펀드 중에서 농산물펀드(6.15%) 다음으로 한 달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중국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 소비재펀드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평균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22.33%, '브이아이차이나인프라-컨슈머'는 17.47%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내 소비재주도 선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경기소비재' 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3.07%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4.45%, 고배당주 지수인 '코스피 고배당50TR'은 2.53% 각각 하락했다. 밸류업 지수 발표에 따른 주주환원 기대감이 주요 소비재주 주가를 들어올렸다. F&F는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19.28% 상승했고 영원무역은 15.65% 각각 상승했다. F&F와 달리 영원무역은 밸류업지수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최근 거래소가 종목 개편을 시사하면서 추가 편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세실업과 쿠쿠홈시스, 골프존도 밸류업지수에 포함되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2.28%, 3.85%, 2.79% 각각 올랐다.

중국 경기 부양책은 카지노, 호텔, 화장품주의 주가를 들어올렸다. 카지노업체 GKL과 파라다이스는 한 달 사이 각각 9.71%, 5.04% 상승했다. 호텔신라와 코스맥스는 중국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지난달 24일 이후 이날까지 각각 2.96%, 19.04% 올랐다.

○주가 선방했지만 실적은 '물음표'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소비재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기부양, 밸류업 정책 등의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적 전망은 하향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F&F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개월 전 1467억원에서 최근 1354억원으로 하향됐다. 영원무역 역시 같은 기간 1443억원에서 1252억원으로 내려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F&F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 기대감에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국내 시장 상황 부진이 더 길어지고 있다"며 "급격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낮춰야 한다"고 했다.

중국발 훈풍이 불고 있는 화장품주 역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중국발 기대가 되돌려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하루 주가가 7.04% 급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1개월 사이 13.8% 감소해 45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실제 중국 화장품 산업의 회복으로 이어 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