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벤처투자 길 열리나…정부, 검토 추진

중기부의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내 벤처 투자 시장 확대를 위해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신규 벤처투자 참여 주체를 늘리기 위해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중기부는 "퇴직연금 가입 기업 및 퇴직연금사업자 대상 의견 수렴, 수요 확인 등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는 불가능하다. 퇴직연금감독규정 9조(비상장 주식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벤처캐피탈(VC)업계는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 허용을 정부에 요청해왔다. 투자 리스크가 높지 않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원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최근 5년간 수익률은 연 2%대에 불과하다"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청산한 벤처펀드는 연 9%의 수익률(IRR)을 기록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선 퇴직연금 사용자(기업) 자산에 관련된 규제 외에는 별도의 퇴직금 운용 규제가 없다. 영국에서는 대형 퇴직연금 사업자 9곳이 2030년까지 운용 자산의 최소 5% 이상을 비상장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이날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며 “대규모 민간 자본의 유입은 잠재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보다 무손실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가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관련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직장인의 노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VC협회가 관련 부처에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기부는 이날 국내 벤처투자시장 규모도 오는 2027년까지 16조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유치 규모도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국내 벤처투자시장 규모를 지난해 11조원 수준에서 2027년 16조원, 2030년 2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 유치 규모는 작년 2000억원에서 2027년 1조원, 2030년 2조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국내외에서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투자 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처음 설립한다. K-VCC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펀드를 설립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오는 2027년까지 싱가포르에 2억달러 규모의 관련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기존의 글로벌 펀드도 매년 1조원 추가 조성해 2027년까지 15조원 규모로 늘린다.

국내에서도 벤처 투자를 독려한다. 은행의 투자 확대를 위해 벤처펀드의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춘다. 그동안 높은 RWA 가중치로 벤처 투자에 따른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관리 부담이 컸다. 정부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모태펀드와 연계하는 ‘밸류업 펀드’도 신설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