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국민연금도 담았다…화장품株 팔고 쓸어담은 종목 [종목+]

국민연금, 화장품·반도체株 덜고 증권·건설株 담았다

3분기 LG생건·아모레퍼시픽·SK하이닉스 등 지분 매도
장기화하는 업황 부진에 비중 축소 전략
금리 인하 수혜 예상에 증권·건설 비중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115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올 3분기 업황 부진에 고전하는 화장품·반도체주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리 인하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증권·건설주 비중은 확대하고 나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리거나 줄인 보유 종목은 총 46개로 집계됐다. 2분기 말과 비교해 화장품과 반도체주의 지분율을 크게 낮춘 점이 눈에 띈다.국민연금은 이 기간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 주식 총 18만1562주를 장내 매도 방식으로 덜어냈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10.23%에서 9.07%로 1.16%포인트나 줄었다. 아모레퍼시픽도 58만5338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7.40%에서 6.40%로 1%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연금이 화장품주의 비중을 줄인 것은 장기화하는 업황 부진에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이내 LG생활건강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13곳이 제시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586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크게 낮추고 있다. 지난달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4곳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1433억원으로 이를 밑돌았다.

아모레퍼시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3개월간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11곳이 내놓은 올해 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455억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5곳의 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 평균은 387억원에 불과했다. 중국의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화장품과 면세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최근 중국 정부가 190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에 온기가 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안은 올해보다 내년 기업 실적에 미칠 상향 요소가 클 것"이라며 "과거 중국의 경기 부양을 돌이켜보면, 정책 시행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필요했다"고 짚었다.

국민연금은 또한 반도체와 관련 장비주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도 취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기존 7.74%에서 7.35%로 0.39%포인트 낮췄다. 이 밖에 리노공업(-1.03%포인트)과 LG이노텍(-0.95%포인트) 등 비중도 줄였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조기 하강 전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수요의 핵심인 모바일·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면서 D램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17.07% 내린 1.7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2.05달러에서 한 달 만에 17.07%나 떨어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증권주의 비중은 늘렸다. 우선 삼성증권 보유 지분율을 11.61%에서 13.03%로 1.42%포인트 확대했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1.06%포인트 증가)과 키움증권(0.21%포인트 증가) 등 비중을 늘렸다.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기를 맞이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화돼 수수료 이익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에 대해 "견조한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과 대규모 채권 평가이익, 2분기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충당금 부담 등을 감안할 때 3분기 증권사 실적은 상반기에 이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하던 건설주들의 비중을 늘린 점도 주목된다. GS건설(2.10%포인트 증가)과 HDC현대산업개발(2.48%포인트 증가) 등 비중을 2%포인트 이상씩 늘렸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건설주가 주택 매출 비중이 확대된 이후 점차 국내 부동산 동향과 주가가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미국의 금리 인하가 국내 부동산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