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어 발롱도르 스타 모셔온다…스포츠판 휘어잡는 플랫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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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포츠 마케팅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 스포츠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넥슨이 세계 유명 축구선수들을 불러 모은 경기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전 좌석 티켓 매진에 성공했다. 쿠팡도 미국 프로야구(MLB)의 서울 투어와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홋스퍼의 방한을 성사하며 스포츠 행사를 이끄는 업체가 됐다.
FC 온라인 홍보 노린 넥슨
축구전설 불러 '아이콘 매치'
상암 6.4만석 1시간만에 매진
토트넘 대 뮌헨 경기 연 쿠팡
8월 월간활성자 12% 늘어나
업계 1위 넷플릭스는 감소세
'스포츠 투자=흥행' 공식으로
○넥슨, 상암 6만4000석 1시간 만에 매진
2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오는 20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아이콘 매치’의 티켓을 전량 판매했다. 지난달 26일 풀린 선예매 티켓 1만6000장은 10분, 27일 나온 일반 티켓 4만8000장은 1시간 만에 매진됐다. 티켓 가격이 최고 30만원에 달했지만 ‘오픈런’에 성공한 일부 소비자에게만 티켓이 돌아갔다. 업계에선 티켓 판매 수익이 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아이콘 매치의 인기 비결은 화려한 출연진이다. 카카, 셰우첸코, 칸나바로, 피구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상인 ‘발롱도르’ 수상자만 5명이 참가한다. 넥슨 관계자는 “아이콘 매치는 1994년 창립 후 가장 많은 자금을 들인 단일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게임사인 넥슨이 축구 이벤트를 열기로 한 데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축구 게임인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홍보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FC 시리즈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와 함께 지난해 넥슨의 매출 4234억엔(약 3조8784억원), 영업이익 1347억엔(약 1조2343억원) 달성을 이끈 게임으로 꼽힌다. 넥슨은 프로축구인 K리그를 후원하는 대회인 ‘eK리그 서포터즈 컵 2024’를 지난 7월 개최하기도 했다.
○스포츠 큰손 쿠팡·티빙도 웃는다
쿠팡도 스포츠 이벤트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7월 31일과 8월 3일 대형 축구 이벤트인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첫째 날엔 K리그 올스타팀과 토트넘의 경기를, 둘째 날엔 토트넘과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열었다. 두 경기 모두 티켓이 매진됐다. 쿠팡은 3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독점 중계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MLB 중계에 쏟은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희비를 갈랐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 OTT인 ‘쿠팡플레이’의 올 8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달보다 12% 늘어난 685만 명을 기록했다. 웨이브(441만 명), 디즈니플러스(285만 명)를 제쳤다. 같은 달 쿠팡이 플랫폼 구독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낸 성과다. 3년간 1200억원을 들여 프로야구를 독점 중계하는 티빙도 MAU가 783만 명으로 전달보다 6% 증가했다. 반면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MAU는 1121만 명이었다. 지난해 1월 1401만 명을 기록한 뒤 감소세다.
스포츠가 플랫폼 흥행을 이끌자 다른 IT 기업도 줄줄이 스포츠 사업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초 프로야구에 그래픽 중계 기능을 도입했다. 7월엔 구단별 유니폼을 입은 춘식이 캐릭터 인형을 내놨다. 카카오톡 채널인 ‘프로야구봇’의 8월 MAU는 전년 동월보다 52% 늘었다. LG유플러스의 야구 시뮬레이션 서비스인 ‘내맘대로 프로야구’도 MAU가 4월 3만2000여 명에서 지난달 11만5000여 명으로 3.6배 급증했다.IT 업체의 스포츠 팬심 공략엔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스포츠만 유독 흥행하는 현실도 반영돼 있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이달 1일 기준 1088만8155명으로 전년보다 34% 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프로축구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관중 수가 이달 1일 기준 281만5254명으로 지난해 관중 수인 303만479명보다 적지만 팀별 잔여 경기가 최소 여섯 경기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성과가 두드러지는 드라마나 게임이 눈에 띄지 않고 영화관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며 “플랫폼 업체로선 스포츠를 대체할 정도의 엔터테인먼트 협업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