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사 NVH코리아, '클린룸' 신사업 장착

기업 탐방

구자겸 회장의 도전 경영
삼성·소니 반도체 공장에 설치
유럽 지역 사업수주 타진 중
내년 신사업 매출 1조 목표
자동차 내장재 사업도 고도화
구자겸 NVH코리아 회장은 “파워코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클린룸 설계·시공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
클린룸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생산 시설에 필수적인 청정 공간이다. 온습도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제어하는 설비가 들어간다. 신규 공장을 지을 때마다 클린룸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자동차 내장재 기업 NVH코리아는 다양한 클린룸 수주전에 뛰어들며 환경에너지 사업 부문을 키우고 있다. 구자겸 NVH코리아 회장(사진)은 “내년이나 후년에는 환경에너지 매출이 1조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문 매출은 2021년 3111억원, 2022년 3888억원, 2023년 4174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NVH코리아가 클린룸 사업에 뛰어든 건 2018년 원방테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원방테크는 첨단산업 분야 제조 환경을 제어하는 업체다. 구 회장은 회사가 평소 다양한 내장재와 부품을 통해 자동차의 환경 조건을 제어해온 만큼 공통점이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그는 “2020년엔 미국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본 나가사키 소니 반도체 공장에 클린룸 설비를 공급·설치했다”며 “현재는 파워코 공장 설비를 수주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계열사인 파워코는 2035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공장 10곳을 세울 계획이다. 구 회장은 “수주 경쟁 최종 단계까지 올라가 있다”며 “다음달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기존 사업 영역인 자동차부품 부문에선 차량 외부 소음을 막는 천장 내장재 헤드라이너와 하부 진동을 흡수하는 실내카펫, 엔진룸 방음재 등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제품을 생산한다. 주 고객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다. 제네시스 GV70, GV80 등에 이 회사 제품이 들어간다.구 회장은 ‘패브리케이션(소재·부품 접합 기술)’ 역량을 회사의 최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양복, 패딩 등 의류에서도 안감과 소재를 어떻게 재단하고 조합하는지에 따라 옷의 디자인과 효과가 달라진다”며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내장재를 어떻게 패키징하는지에 따라 소음·진동·열관리 효율성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구 회장은 “단순히 부품만 찍어내는 업체는 전 세계에 수만 곳이 있지만 자동차 특정 모델에 들어가는 내장재를 전체적으로 패키징할 수 있는 회사는 6~7개뿐”이라며 “그중 하나가 우리 회사”라고 강조했다.

NVH코리아가 차별화된 패브리케이션 역량을 갖춘 것은 연구개발(R&D) 인프라 덕분이다. 구 회장은 “패브리케이션을 하려면 차 전체를 두고 성능을 시험해야 한다”며 “그만큼 여러 장비를 갖춘 큰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0년부터 경기 화성시에 9917㎡ 규모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자동차 부품과 클린룸 설계 사업 부문에 교집합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두 사업 모두 자동차 또는 제조 공간을 더 안전하고 완전하게 만든다는 데 분명히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동차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이종 사업으로 과감하게 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