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특공대처럼 써대는 종이, 달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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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를 무기로 내세워 전쟁 본부가 된 美 재무부달러는 강력한 무기다. 2018년 한 사건이 잘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 재무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들과 이들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는 당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였던 루살도 포함됐다. 루살은 하루아침에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당했고, 고객과 거래가 끊겼다.
살레하 모신 지음
서정아 옮김/위즈덤하우스
360쪽|2만1000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알루미늄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다. 유럽 각지에 알루미늄을 공급하던 루살의 아일랜드 공장이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으며, 유럽 기업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다. 이런 여파를 고려하지 못한 미 재무부는 큰 비난을 들었다. <달러 전쟁>은 미국 블룸버그 기자인 살레하 모신이 쓴 책이다. 미 재무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그는 달러가 ‘세계의 통화’로 부상한 과정을 다룬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부터 1990년대 미국 재무부 장관 로버트 루빈의 ‘달러 강세 원칙’, 그리고 트럼프 시절의 일들을 언론인 특유의 생생한 어조로 전한다. 미 재무부에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있다. 1950년부터 있었지만 주목을 거의 받지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 이후 ‘강한 힘’을 지닌 핵심 부서가 됐다. OFAC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인물이나 기관은 서구권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책의 원제는 ‘종이 병정: 달러의 무기화가 세계 질서를 바꾼 방법’이다. 그런데 달러가 어떻게 경제 제재 수단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티머시 가이트너, 잭 루, 스티븐 므누신 등 재무장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달러를 둘러싼 미 재무부의 역사와 일화’가 이 책의 정체성을 더 잘 설명한다. 그런 이야기도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의 무기화’라는 주제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적당한 책은 아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