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탄 시대'와 작별한 영국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이달 초 세계 언론이 영국 노팅엄셔의 한적한 마을인 랫클리프온소어에 주목했다. 전기 생산을 위해 142년간 석탄을 태운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만 해도 영국은 석탄을 사용해 전체 사용 전기의 40%를 생산했다. 2024년 현재는 제로(0)에 도달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전기 소비가 많은 국가인 영국에서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영국의 단계적인 석탄발전 폐지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현재 세계 전기 생산의 약 3분의 1은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필수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55% 줄이고, 2040년까지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영국에서 석탄을 없애는 일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시장을 성장시키는 수단이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부문을 키우면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새로운 노동당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녹색 일자리 65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가 환경뿐 아니라 경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영국의 단계적 석탄발전 폐지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다른 국가에 어떤 교훈을 줄까. 첫째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명확하고 집중적인 목표의 중요성이다.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둘째는 입법 목표의 전개 방식이다. 전기 시장 개혁과 적합한 탄소 가격 책정 등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시장은 역사적으로 화석 연료 발전을 중심으로 구축됐기에 재생에너지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영국은 전기 시장에서 의도적으로 정책을 바꿔 저렴한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와 동등한 경쟁 환경에 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의 대체 가능성이다. 영국 사례는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 발전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풍력 등은 영국의 전기 생산에서 석탄을 배제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2023년엔 영국 전기의 29.4%가 풍력에서 나왔다.

영국은 석탄 없는 미래를 위해 전기산업 개혁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과 환경적 혜택을 동시에 추구할 방침이다. 석탄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도 영국이 간 길을 따라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