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깡촌 허리케인 피해에…반도체 업계 '전전긍긍'

주민 2000여명 스프루스파인
세계 유일 웨이퍼 핵심광물 생산지
홍수·정전·통신장애로 채굴 중단
사진=REUTER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덮친 허리케인 ‘헐린’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계에서 유일한 고순도 석영 생산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스프루스파인이 피해를 본 여파로 광산 운영 업체가 시설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프루스파인에서 광산을 운영하는 다국적 광산 업체 시벨코와 더쿼츠코프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허리케인으로 홍수, 정전, 통신 장애 등이 발생하면서다. 현재 이 지역 가구와 기업 40%가 정전 상태이고 주요 도로는 통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쿼츠코프 관계자는 “심각한 기상 상황에 대비해 운영을 중단했고 언제 재개할지 알 수 없다”고 마켓워치에 전했다. 시벨코 역시 “허리케인으로 주요 인프라가 손상됐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스프루스파인은 세계에서 유일한 고순도 석영 채굴 지역이다. 고순도 석영은 반도체 웨이퍼 원료로 사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피터 핸버리 베인앤드컴퍼니 반도체 전문 파트너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많은 원재료 중 하나가 특정 지역에서 주로 조달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면서도 “고순도 석영은 세계 공급량의 80~90%가 한 지역(스프루스파인)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적다”고 분석했다.

시벨코와 더쿼츠코프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리케인이 지나가더라도 시설을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생산 재개까지 6~9개월 이상 소요된다면 공급망이 위험해지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스프루스파인의 한 석영 처리 공장에서 화재가 났을 때도 태양광 및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