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파르다…9월 가계대출 5.6兆 증가

정부 규제·은행권 제한조치에도
주택담보대출 잔액 대폭 늘어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와 은행권의 자체적 대출 제한 조치에도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지난 7월과 8월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0.8%) 늘었다. 4월 이후 6개월 연속 이어진 증가세다.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8월(9조6259억원)과 7월(7조1660억원)에 견줘 상대적으로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올해 7, 8월은 9월로 연기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극에 달하던 시기다. 7월과 8월을 제외하면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올해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에만 5조9148억원(1.0%) 늘었다. 주담대의 월간 증가 폭 역시 1~6월과 비교하면 9월이 가장 크다.

금융당국은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으로 개인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데다 민간 은행들이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자체적으로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놨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석 연휴까지 끼어 주담대를 신청하고 실행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하지만 투기보다는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주택 매수 행렬로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첫째주부터 9월 넷째주까지 13주 연속 100을 웃돌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