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경쟁사에 횡포" vs "이용자 편의 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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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차단'에 과징금 724억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내세워 ‘경쟁사 죽이기’를 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한 724억원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국내 업체가 받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작년 초 카카오모빌리티가 호출 서비스를 자사 가맹택시에 몰아준 데 따른 과징금(257억원)의 세 배에 달한다. 퀄컴과 구글이 2249억~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부과받은 적이 있지만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하게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공정 경쟁을 제한했기 때문에 엄격한 제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T 경쟁사 죽이기 철퇴"
압도적 시장점유율 95% 앞세워
타다·마카롱 등에 영업비밀 요구
"과징금, 3년치 번 돈보다 많아"
제휴 맺고 얻은 정보 비밀 아냐
모빌리티 혁신서비스 안 나올것
○택시 호출 시장 사실상 독점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당국의 철퇴를 맞은 것은 가맹호출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반호출 시장의 점유율을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2019년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호출 서비스 카카오T 블루를 시작할 때 일반호출 서비스 카카오T의 점유율은 이미 90%를 넘었다. 이를 무기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호출 시장 경쟁사들에 핵심 영업비밀을 제공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경쟁 가맹호출 소속 택시기사들도 대부분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조치였다.제휴를 거부한 경쟁사에는 카카오T의 일반호출 서비스를 차단했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한국 사업자인 우티는 1만1561명(아이디 기준)의 소속 기사가 피해를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타다, 반반, 마카롱택시 등 경쟁 사업자들은 가맹 택시회사와 기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제휴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번호 등 소속 기사 정보와 운행 장소·시간, 주행 경로 등 운행 정보를 요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토대로 경쟁사 소속 기사들이 주로 운행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자사 택시를 집중 배치해 점유율을 뺏을 수 있었다. 2019년 14.2%이던 카카오T 블루의 점유율은 이듬해 51.8%로 뛰었다. 2022년 점유율은 79.1%까지 올랐다.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요구하고, 이를 자사 영업전략에 이용한 것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한 위원장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아마존과 메타를 제재하는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T “시장 이해 없이 과징금 부과”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가 택시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반발했다. 플랫폼 제휴 계약은 ‘호출 중복’을 최소화해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다른 가맹본부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콜을 취소하는 등 ‘골라잡기’ 행위가 만연해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용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른 가맹본부와 필요한 정보를 상호 제공하기로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제휴 계약으로 얻은 정보를 다른 사업에 활용하지 않았고, 사실상 영업비밀도 아니었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 주장이다. 회사 측은 “공정위가 언급한 데이터는 출발·도착 좌표, 이동 경로 등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얻는 정보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공정위의 과징금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3년(2021~2023년) 영업이익을 합한 액수(707억원)보다 많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가맹택시는 정부 정책 및 인허가 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효/고은이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