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대신 용서'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 별세
입력
수정
지면A21
학폭으로 세상 떠난 막내아들학교 폭력으로 막내아들을 잃었지만, 그 아들이 다녔던 학교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학교 재단을 인수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서울예술학원 이사장)이 지난 1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다니던 학교 어렵자 인수 뒤 지원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한 뒤 참빛가스산업 등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베트남에 진출해 그랜드플라자하노이호텔, 하노이 피닉스 골프리조트를 운영해왔다. 도시가스 회사, 골프장, 호텔 등 14개 기업을 일궜다.그는 사업가보다 예술 교육 지원자로 널리 알려졌다. 장학회를 설립해 36년간 형편이 어려운 인재를 지원했고, 2010년 사재 200억원을 털어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장이 됐다. 작년 5월엔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 평창동 교내에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사업에 매진하던 그가 이처럼 장학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연은 극적이다. 1987년 서울예고 성악과에 다니던 막내아들이 학교 폭력으로 사망한 것. 하지만 그는 학교를 미워하기는커녕 자식이 다니던 서울예고를 인수한 데 이어 LG아트센터 못지않은 최신식 공연장도 선물했다. 대한민국 예술교육의 요람이 사라져선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생이 가장 많은 고교인 서울예고가 사라지면 아들이 꿈꾸던 ‘세계 무대를 누비는 대한민국 예술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이 회장은 생전 “내 아들의 꿈이 자라던 학교여서 그냥 문 닫게 놔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유족은 배우자 윤봉자 씨와 아들 이대만 참빛그룹 부회장, 며느리 강정애 디지솔루션 사장, 주소영 서울예술학원 사무처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5일 오전 5시. 02-2227-7500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