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은 저렴한 제품 찾던데"…한국인 커플 보고 '깜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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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주리즈 토마스 무노즈 수석 와인메이커
칠레 유서깊은 와이너리 가문
프랑스·이탈리아산과 겨루는 고급 와인
"식당서 칠레 와인 마시던 한국인 커플 보고 '깜짝'"
"와인 이해도 높아지는 韓 공략"

150년 전통의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의 토마스 무노즈 수석 와인메이커(총책임자·사진)를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클럽 코라빈에서 만났다. 국내 시장에서 에라주리즈 와인하면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1등석) 와인 ‘돈 막시미아노’가 잘 알려져 있다.

에라주리즈는 칠레 와인 고급화를 이끌어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칠레 대통령을 4차례, 대주교를 2차례 배출해 자국에선 ‘칠레의 케네디 가(家)’로 불리기도 한다. 광산채굴권, 코카콜라 칠레 판권 등을 보유한 가문이 5대째 가족 경영으로 운영 중이다. 병충해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프랑스 포도나무를 초토화시킨 19세기 중반 프랑스 이민자들이 칠레로 넘어오며 와인산업이 본격 태동할 무렵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이중 5대손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칠레 와인의 혁명’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양조를 공부한 뒤 1983년 취임할 때부터 칠레가 와인 생산에 최적의 환경이란 점을 파악하고 가문의 폴로 경기장으로 운영되던 땅마저 갈아엎고 고급화에 나섰다. 뛰어난 품질에도 칠레 와인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받자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획하고 자국 와인의 품질을 세계에 알렸다. 베를린 테이스팅에선 수십 명의 와인 평론가, 바이어 등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리는데 에라주리즈의 와인은 프랑스 1등급 샤토를 물리치고 다섯 차례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에라주리즈는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와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선 주류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토마스 총책임자는 90년대생, 34세다. 와이너리에선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젊은 나이의 수석 와인메이커다. 칠레에서도 30대 수석 와인메이커는 그 수를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그는 “에라주리즈는 30대 어린 수석 와인메이커를 고용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며 “젊은층과 소통을 위해 젊은 수석 와인메이커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토마스 총책임자는 한국 소비자의 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만큼 칠레 고급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이틀 전 한국 레스토랑을 방문한 에라주리즈 임원진들은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에라주리즈 '아콩카구아 알토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마시던 커플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자사 다른 제품인 '카이'를 글라스에 담아 전달했다. 그러자 커플 두 사람이 “평소 즐겨마시던 와인”이라며 너무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토마스 총책임자는 "에라주리즈 와인의 다양한 라인업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대표 와인 외 나머지 와인을 잘 찾지 않는 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소비자는 본인이 어디서 난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정교한 취향으로 제품을 선택합니다. 칠레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프리미엄 와인들과 경쟁 속에서 ‘맛’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