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보게 돼"…'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놀라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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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두고 뇌파 실험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림 중 하나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7세기에 그린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두고 한 뇌파 실험이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작품을 볼 때 우리 뇌에서 그림을 더 오래 바라보도록 하는 특별한 신경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 포착됐다.
'지속적인 주의 루프' 현상 포착…"계속 보게 된다"
3일 AFP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다른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할 때 뇌 반응을 비교·분석하는 실험을 신경과학자들에게 의뢰했다.예술 작품에 대한 신경학적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뇌파 검사(EEG)와 뇌 스캐닝 기계를 활용한 연구원들은 유독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게서만 작품 감상자가 '지속적인 주의 루프'(Sustained Attentional Loop)라고 불리는 특별한 신경 현상에 빠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람자의 눈은 소녀의 눈으로 먼저 자동으로 이끌린 뒤, 입으로, 다시 진주로 이동한 후 다시 눈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감상자는 다른 그림들보다 해당 작품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고 이 연구를 주도한 마틴 드 뮈니크는 설명했다.
또한 연구원들은 감상자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 의식과 개인 정체성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인 '후두 정소엽'이 가장 자극받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드 뮈니크는 "이 소녀가 특별하다는 것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 이유는 우리에게도 놀라웠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은 이 소녀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의 마르틴느 호셀링크 관장은 베르메르는 종종 작품에서 초점을 한 지점에 맞추고 나머지 부분은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눈, 입, 진주 세 군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박물관에서 실제 그림을 보는 것과 복제품을 보는 것 사이의 신경 반응을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 작품을 볼 때 감상자의 감정적 반응이 복제품을 볼 때보다 10배 강했다.호셀링크 관장은 "사진, 춤, 또는 17세기의 고전 미술 등 어떤 예술이든 상관없이 예술과 교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뇌 발달에 정말로 도움이 된다. 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