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선 표류·서해선 반쪽 개통…주택시장, 철도에 '발목'
입력
수정
지면A27
철도건설 지연 부작용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서부선 경전철 사업이 다시 지연돼 경기 고양 주민이 유탄을 맞고 있다. 고양은평선을 타고 출발해 서부선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직통하려는 계획이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서해선 개통이란 호재를 품고 있는 충남 홍성과 당진 부동산 시장도 비교적 조용하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구간 일부가 미개통돼 당분간 ‘반쪽짜리 노선’이 불가피해서다. 철도 공사 지연과 개통 연기 등으로 주요 지역의 부동산 시장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부선, 2029년 개통 어려울 듯
고양은평선 직결도 '차질'
신안산선 공용 구간 늦어져
"업무지구 접근성 떨어져
부동산 시장 악재로 작용"
○서부선 지연으로 고양 타격
3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서부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산건설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서부선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을 출발해 신촌역, 여의도역, 노량진역 등을 거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2029년 개통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대체 시공사를 찾아야 하고 서울시와 총공사비 합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개통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업계에선 설계와 공사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일러도 2031년에 개통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그래도 사업성 등의 이유로 16년째 공사가 지지부진한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서부선은 2000년 처음 추진되기 시작해 2008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사업 차질로 은평구 등 서울 서북권 주민의 상실감이 가장 크다. 서부선이 개통되면 새절역에서 여의도까지 16분 만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고양시청역을 출발해 화정과 창릉을 거쳐 새절역까지 가는 고양은평선의 새절역에서 서부선과 직결될 예정이다. 고양은평선이 적기(2031년) 개통한다고 하더라도 서부선 지연으로 여의도가 아니라 은평구까지만 이어지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고양은평선은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핵심 교통 대책이다. 창릉지구 입주는 2029년 말부터 시작된다.올해 말부터 고양에서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뚫리지만, 이 역시 ‘허리가 끊긴’ 형태다. 12월 말부터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만 운행하고, 수요가 많은 삼성역을 포함한 전 구간 개통은 2028년 이뤄질 전망이다. 작년엔 신분당선 종점을 용산(계획)에서 고양 삼송으로 연장하는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무산됐다.
○서해선도 ‘반쪽 개통’ 불가피
홍성 등 충남 내륙 지역을 수도권 ‘1시간대 생활권’으로 만들 서해선도 ‘반쪽 노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서해선 홍성~서화성(경기) 구간이 올 11월 탑승객을 맞는다. 고속열차인 KTX-이음이 투입되는 노선이다. 서해선은 말 그대로 서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쭉하게 들어서는 노선이다. 이미 수도권의 일산(고양)~원시(안산) 구간은 일반열차가 운행하고 있다.문제는 원시~서화성 구간이 신안산선과 노선을 같이 쓰는데, 신안산선 준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안산선은 원래 내년 4월 개통 예정이었는데, 최근 2026년 말로 20개월 늦춰졌다. 오는 11월 서해선 남쪽 구간이 승객을 태우게 되더라도, 홍성 주민은 허허벌판 상태인 서화성역까지만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시~서화성 구간이 빨리 열려야 고양 대곡과 김포공항, 시흥시청역 등 수도권 거점 역까지 연결돼 ‘서해선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신안산선이 완전히 개통하기 전에 원시~서화성 구간을 개통해 서해선을 먼저 달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철도는 워낙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반쪽 개통’ 논란도 자주 벌어지는 편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철도 공사지연으로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보합세”라고 말했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중부내륙선의 경우 판교(성남)까지만 운행하고 있어 효용이 작다”며 “향후 수서광주선이 완공돼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례신사선이 계속 표류하면서 위례신도시와 성남 중원, 경기 광주를 잇는 위례삼동선도 동력을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