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5조 더 쓴다…총 4.6조 '실탄' 확보

MBK측 2.4조의 두 배 육박
경영권 놓고 '쩐의 전쟁' 과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1조5000억원의 차입금을 경영권 분쟁에 추가로 투입하기 위해 마련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이 조달 가능한 금액은 전날 밝힌 3조1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4일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추이를 지켜본 뒤,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전날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자기 자금 1조5000억원과 차입금 1조2000억원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베인캐피탈이 투입하는 약 4000억원과 합치면 총 3조1000억원이다. 자기 자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 투자자산 등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 가운데 추렸다.최 회장 측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겠다고 지난 2일 공시한 2조7000억원 중 이번 공개매수에 쓰는 돈은 1조2000억원이라는 얘기다. 남은 차입금 1조5000억원은 추후에 쓸 수 있도록 따로 빼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MBK·영풍 연합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 등 ‘연장전’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따로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4조6000억원을 모두 쓰게 되면, MBK·영풍 연합이 쏟아붓는 2조40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최씨 일가가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언제든 차입을 할 수 있도록 여력을 만들어 둔 것”이라며 “MBK·영풍 연합의 매수 단가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 마감일인 4일 주가 추이를 지켜본 뒤, 매입 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MBK와 협의를 통해) 매입 가격을 인상하는 시나리오 등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10조원 규모의 ‘쩐의 전쟁’으로 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형규/박종관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