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주가로 결판…MBK 공개매수가 상향 땐 연장전

고려아연, 1.5조 더 쓴다…총 4.6조 '실탄' 확보

MBK측 2.4조의 두 배 육박
경영권 놓고 '쩐의 전쟁' 과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현금성 자산 등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사내 유동자산 약 1조5000억원을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2일 결의한 3조1000억원에 더해 총 4조6000억원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쏟아붓는 2조40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에 사내 유동자산 활용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3조1000억원 중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투입하기로 한 약 4000억원을 제외한 2조7000억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1조5000억원은 사내 유동자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것이다.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2조7000억원의 차입금 중 1조5000억원을 ‘추가 실탄’으로 확보한다. ‘연장전’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경영권 '쩐의 전쟁'
기관투자가 주당 83만원에 팔면…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유리해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4일 결판이 날지 주목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3조1000억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가 먹힐지 결정된다. 승부는 고려아연 캐스팅보트를 쥔 기관투자가에 달려 있다.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경영권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면 4일 공개매수에 응하는 지분이 최소 6.96%를 넘어야 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MBK 공개매수 청약 지분이 6.96% 미만이 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당 83만원 자사주 공개매수 실효성이 증명되면 4일 주가가 오르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이 연장전으로 들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양측 모두 4일 주가 상황에 따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지막 날 시장 분위기 달라지나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 공개매수는 4일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30분에 끝난다.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들은 장 마감 전까지 NH투자증권 계좌에 주식을 이체한 뒤 공개매수 청약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할지 장중에 판단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셈법은 간단하다. 4일 주가가 지난 2일 종가 수준인 71만3000원 부근에서 맴돈다면 ‘A(MBK) or B(고려아연 자사주)’ 전략이 아니라 ‘A and B’ 전략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들이 MBK의 공개매수에 일부 응한 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도 응하는 것이다. 이 경우 MBK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4일 개장 전 자사주 공개매수신고서를 공식 제출하면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경영권 분쟁 중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한 게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처음이고, MBK 연합이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내다 보니 기관투자가 사이에 ‘진짜 가능할까’라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고려아연이 신고서를 정식으로 제출한다면 이런 의구심이 사그라들어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천억원 자사주 매입 나설 듯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최소 유통주식은 전체의 19% 수준으로 파악된다. 범고려아연 세력(34%)과 범MBK·영풍 세력(33%), 자사주(2.4%),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4~5%), 국민연금(7%) 주식을 제외한 규모다. 고려아연이 83만원에 지분 18%를 사준다는 게 확실시되면 기관들의 셈법도 달라진다. 보유 물량의 90%가량을 83만원에 팔 수 있으니 기관은 무조건 응하는 게 유리하다. 이렇게 따졌을 때 적정 가격은 약 80만7000원으로, MBK 공개매수보다 13%가량 수익을 더 낼 수 있다.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과 맺은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과 지난 5월과 지난달 각각 15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자사주 공개매수와는 별개의 계약이다. 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4일부터 당장 시장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다. 신탁 방식의 자사주 매입은 전날 미리 신고해야 해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인 2일엔 이 방식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했지만 4일부터는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은 MBK 공개매수 청약 지분을 6.96% 밑으로 막지 못하면 경영권을 사실상 뺏긴다고 봐야 한다”며 “자사주 공개매수 자체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BK 연합도 주가 상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4일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발하면 공개매수가를 전략적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 기간 가격을 조정해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보다 먼저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소 매수 수량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최소 공개매수 지분(5.87%)이 MBK 연합(6.96%)보다 낮기 때문이다.

박종관/하지은/김형규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