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구름 속 존재"…日 거장·유명 배우에 소환된 그 이름

(왼쪽부터) 배우 겸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 봉준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뉴스1
봉준호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거푸 언급되고 있다. 일본 유명 감독들의 입을 통해서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69) 감독은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장르 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구로사와 감독은 올해 개봉한 신작인 '뱀의 길', '클라우드' 두 작품을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인다.봉 감독은 개막식에 영상을 보내 "기요시 감독의 오랜 광팬으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축하했다. 그는 '큐어', '회로', '도쿄 소나타', '밝은 미래' 등 구로사와 감독의 전작들을 언급하며 "매번 충격과 영감을 주신 기요시 감독에게 영화인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다음 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구로사와 감독은 "너무도 감격했다"며 "봉 감독은 내 한국인 친구 중 한명"이라며 봉준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봉 감독이 그동안 너무 유명해지고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으면서 내 손이 안 닿는 구름 속 존재로 생각했는데,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해 주는구나 싶어 기뻤다"며 웃었다.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더 걸어가며 그 길을 갔으면 좋겠다"면서도 "가끔은 장르 영화도 한번 찍어보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 마츠시게 유타카도 봉준호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적 있다고 밝혔다. 마츠시게는 봉 감독의 영화 '도쿄!'(2009)를 통해 연을 맺은 바 있다.

그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제작하기 위해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고 털어놨다.이어 "무모한 시도인 줄 알면서도 부탁을 드렸다"며 "봉 감독은 '시간이 맞지 않아 어렵게 됐다'며 '하지만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대하겠다'는 봉 감독의 말을 듣고 내가 이 영화 연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다른 일본 감독이 하는 것보다 내가 연출해서 현장을 성장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봉 감독 연출은 불발됐으나 한국 배우 유재명이 출연하며, 국내 유명 맛집이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