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5000원' 다이소 없어서 못사…1020女 푹 빠진 제품 [이슈+]
입력
수정
'초미니 화장품'에 끌리는 1020 세대"일단 가격이 대용량 제품보다 싸잖아요. 물론 단위 당 가격을 더 싸게 대량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다 쓰지도 못할 바에 조금씩 다양하게 써보는 게 훨씬 합리적인 것 같아요. 휴대할 때 가방 부피도 덜 차지하니 좋고요."
소용량 크림부터 미니 쿠션까지 인기
"같은 돈으로 다양한 제품 구매 선호한다"
20대 직장인인 고모 씨는 최근 '소용량 화장품' 구매를 선호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예시로 보여준 제품은 5g짜리 쿠션형 파운데이션. 온라인에서 9600원(1g당 192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본품은 12g에 리필까지 총 24g이 담겨 있고 3만600원(1g당 1275원)이다. 단위 당 가격으로 따지면 소용량 제품이 50%가량 더 비싼 셈이다.그래도 고 씨는 "써보고 맘에 들면 본품을 사면 된다"며 "요즘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저렴한 소용량 화장품들이 많이 출시돼 좋다"고 말했다.한때 패션업계에서 휴대폰조차 들어가기 어려워 보이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백'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최근 화장품 업계서도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용량 화장품이란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용량을 줄여 출시하는 제품을 이른다. 비닐 포장으로 소분돼있는 크림이나 에센스, 로션, 클렌징폼 등이 대표적이다.과거 소비자들은 이러한 소용량 화장품을 '여행용'으로만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해보기 위해', '해당 제품이 예민한 피부에 잘 맞을지 확인해보기 위해' 평상시에도 소용량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초 다이소가 '가성비 화장품' 전략을 내세워 화장품 라인업을 다각화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 특히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증정용 샘플'로만 받을 수 있었던 소용량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 점이 주효했다.
소비자 가격이 1000~5000원선이니 소비자들이 굳이 단위 당 가격까지 따지지 않고 '한 번 써본다'는 심리로 소용량 화장품을 구매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다이소의 경우 단위 당 가격을 고려해도 소용량 제품이 더 저렴한 '리들샷', '물광팩' 등의 제품들도 다양해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유행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국내 편의점도 나서서 소용량 화장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CU는 지난달 24일 1020세대를 겨냥해 3000원대 가성비·소용량 기초 화장품을 출시했으며, GS25도 8월 80ml의 소용량 크림(5000원), 2개입이 들어있는 1000원짜리 스킨 패드를 내놓은 바 있다.
소용량 화장품의 인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8월 유명 뷰티 유튜버 '회사원A'는 영상을 통해 태국에서 편의점 화장품이 발달한 모습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가 영상을 통해 보여준 태국 편의점 내부는 마치 한국의 올리브영을 방불케 하듯 다양한 화장품으로 가득했다.
이에 회사원A는 "국내에도 소용량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태국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극소용량 색조 화장품도 3000원대 가격으로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면서 "여러 제품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소용량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에 맞추기 위해 용량을 줄인 건데 휴대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장점으로 받아들였다"며 "국내 소비자 외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비행기에서 기내 소지가 가능한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불경기로 인한 가성비 제품의 인기로 소용량 화장품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면서 "현재까지도 국내에서는 샘플 화장품 거래가 불법으로, 증정만 가능하다. 이 점도 국내 소용량 화장품 시장의 외연 확장을 막은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짐작한다"고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용량 화장품의 주 소비층이 1020"이라면서 "이들은 가격 접근성이 중요한 소비층이라 절대적인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라, 돈을 더 주고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 바에 다른 화장품을 사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