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8명 스스로 목숨 끊어…자살자 수 10년만에 '최대'

통계청 '2023 사망원인통계'

10만 명당 27.3명이 '극단 선택'
'경제 박탈감' 60대 증가폭 1위
전체 사망자수는 4년만에 감소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민이 10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경제난 등으로 ‘생의 의지’를 접은 국민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3978명으로 전년 대비 1072명(8.3%) 증가했다. 2013년(1만4427명) 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인 자살률은 27.3명으로 1년 전보다 2.2명(8.5%) 늘었다. 이 역시 2014년(27.3명)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자살자는 38.3명으로 조사됐다.

10대부터 30대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망 원인이 자살이었다. 전년 대비 자살률 증가폭은 60대(13.6%)에서 제일 컸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정신적 어려움 등이 가중돼 자살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60대는 은퇴 후 경제적 박탈감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적 비교를 위해 국가 간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연령표준화 자살률 기준으로 한국은 OECD 38개국 평균(10만 명당 10.7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만 명당 24.8명에 달했다.작년 전체 사망자는 35만2511명으로 1년 전보다 2만428명(5.5%)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3710명) 후 4년 만이다. 사망자 수는 고령화 여파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며 사망자가 줄었다.

지난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었다. 전체 사망자 중 24.2%(8만5271명)가 암으로 사망했다. 2위 사망 원인은 심장 질환으로 사망자의 9.4%(3만3147명)를 차지했다. 3위는 폐렴으로 8.3%(2만9422명)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