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코로나 팬데믹이 젊은층에 '생명의 은인'이었다고?

불확실성의 기술

英 '국보급 통계학자' 50년 연구
확률·통계 알아야 불확실성 대처
축구 경기 약 40%는 운에 달려
불확실성과 불안이라는 두 단어는 항상 짝처럼 서로 붙어 다닌다. 많은 사람이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불안을 느끼고, 불안 심리는 다시 불확실성을 키운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꺼리며, 어떻게든 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일상화한 세계에서 우리 뇌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불확실성으로 수시로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뇌는 너무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일까? 불확실성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9월 중순 영국에서 출간된 <불확실성의 기술(The Art of Uncertainty)>은 불확실성 시대의 기회와 위험 그리고 행운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불확실성의 기술’이라는 책의 제목은 ‘불확실해 보이는 것을 확실하게 만들 방법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교수는 영국이 자랑하는 ‘국보급 통계학자’다. 그는 2014년 의학 통계에 대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로 일하고 있고, 왕립통계학회 회장(2017~2018년)을 지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50여 년의 연구 업적을 총정리한다. 확률과 통계의 원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불확실성 대처법을 알려준다.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우리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요령이나 기술을 배워야만 한다. 책은 의학 통계부터 시작해 전염병 및 기후 변화 예측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분석적으로 사고하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한다.

축구 경기의 약 40%가 재능보다 운에 따라 결정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영국의 ‘국가 위험 등록부’가 국가의 단기적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선동하는 정치인이나 언론매체에 현혹당하지 않는 기술을 소개한다.세계는 2019년 말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도의 불확실성을 경험했다. 매일 늘어나는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를 지켜보면서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다르게 해석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었다.

“2020년 15~30세 연령대의 사망률을 분석해보면 평소보다 300명 적게 사망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19로 사망한 100명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젊은 세대가 감금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과속할 수 없었고, 펍에서 자유분방하게 술을 마시다가 몸싸움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젊은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불확실성은 ‘개인과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개인마다 불확실성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욱 차분해지지만, 또 어떤 사람은 불안한 상황에서 극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저자는 “불확실성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다. 그렇지만 공기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것을 강조한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과 관계를 찾아내고, 위험해 보이는 일상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소개하는 이 책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을 헤쳐 나갈 방향타 역할을 해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