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턴기업 5년간 108곳뿐…美는 한해에만 1800社 복귀

일본선 매년 600개社 귀환
"광범위한 규제 완화 필요"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리쇼어링’(국내 복귀) 바람에도 최근 5년간 국내에 복귀한 유턴기업이 연평균 2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중소기업이 대부분으로 대기업 복귀 사례는 4곳에 불과했다.

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복귀기업 선정 및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108곳에 불과했다. 2019년 14곳이던 유턴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 23곳, 2021년 25곳까지 늘었지만 증가세가 꺾이며 2022년 24곳, 2023년 22곳으로 줄었다.정부가 지난 5월 기업당 최대 400억원의 유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턴 지원전략 2.0’을 내놓으며 유치에 나섰지만, 8월까지 유턴 선정 기업은 13곳에 그쳤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이 투자 결정을 미뤄 이대로면 5년 만에 20곳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지경학적 조건이 비슷한 일본이 매년 600~700개 기업이 돌아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전보장 차원에서 대기업과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자국 복귀를 지원한다. 미국은 2010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외치며 리쇼어링에 시동을 건 직후부터 제조업체의 귀향이 잇따랐다. 2011~2019년 3327개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했다. 연평균 369개꼴이다. 2021년엔 1844곳의 기업이 돌아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칩스법 등으로 세계 제조업 공장을 빨아들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유턴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고 의원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제조업 공장 유치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수요 시장이 작은 한국은 불리한 조건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 유턴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인센티브뿐 아니라 규제 완화 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혜택 찔끔·규제는 무더기…올해 대기업 유턴 '0'
유턴법 10년, 대기업 4곳 복귀…코로나·무역갈등 겪고도 안 와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유턴기업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실적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5년간 유턴한 기업은 108곳에 불과했다. 대기업만 놓고 보면 4곳에 불과하다. 협소한 내수 시장, 높은 인건비의 벽을 넘어 우량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고용, 입지 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 돌아온 대기업 4곳뿐

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국내 복귀기업 선정 및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에 돌아온 유턴기업(108곳) 가운데 대기업은 4곳으로 4%, 중견기업은 33곳으로 30%에 불과했다. 올해는 8월까지 13곳이 돌아왔고, 대기업 유턴은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에 진출한 주요 기업이 대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무색한 결과다.

정부는 2014년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하며 기업의 국내 생산 기반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기업당 지원 규모가 많아야 4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현행 기준으로 유턴기업은 법인세를 7년은 100%, 이후 3년은 50% 감면받을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유턴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2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전체 지원액(4167억원)의 대부분은 유턴 시 주는 투자보조금(4086억원)이 차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기업은 다른 제도를 통해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어 아예 감면 신청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유턴 후 이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이 많은 것도 법인세 감면액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메뉴엔 있지만 실제론 먹을 수 없는 혜택인 셈이다.

○ 해외 진출은 유턴의 100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사례는 드물다. 현재까지 유턴한 대기업 4곳 중 이름이 알려진 곳은 2019년 중국의 자동차 부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국내로 돌아온 현대모비스와 2022년 친환경 소재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PBAT) 공장을 국내에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LG화학 정도다.반면 한국과 산업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유수 대기업의 복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6월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광저우에 있던 에어컨 생산거점을 올해부터 일본 시가현 구사쓰 공장으로 이전했다. 그 밖에 도요타, 혼다, 야스카와전기, 스바루, 캐논 등 유수 대기업이 유턴에 나섰다. 이렇게 한 해에 돌아오는 기업만 600~700곳에 달한다. 유턴법 시행 이후 10년간 한국에 돌아온 모든 기업(151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유턴 활성화를 위해선 단순 인센티브만이 아니라 높은 최저임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사 여건, 수도권 입지 규제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7월 발표한 ‘국제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여건은 67개국 중 47위, 정부 효율성은 39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산업 전문가인 고 의원은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2816곳으로 유턴기업의 100배가 넘는 실정”이라며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이 같은 투자를 하면서 한국에 돌아올 만큼 기업 여건이 좋은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