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속 커지는 미국 대선 불복 우려…공화당원 86% "투표 사기 걱정" [美 대선 D-30]

해리스, 오차 범위 내 우세
공화당원 "중복투표, 타인사칭 등 투표사기 우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좌)와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연합뉴스
11월 5일 예정된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가운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 범위 내에서 소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에서 박빙을 보이면서 공화당 유권자 대부분은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투표 사기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율 분포에서 인종 간, 성별 간 대립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어 대선 이후 미국 내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리스, 오차범위 내 우위

미국 공영 방송사인 NPR과 PBS가 9월 27일(현지시간)부터 10월1일까지 전국의 성인 1628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적극 투표층 1294명 가운데 50% 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2%포인트 앞섰다. 오차범위는 ±3.7%포인트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조사 대상자 중 등록유권자 1514명(오차범위 ±3.5%포인트) 50%의 지지를 얻으며 47%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3%포인트 우세했다.이런 가운데 전체 조사 대상자의 58%는 올해 대선에서 ‘투표자 사기’가 일어날 것을 ‘매우 우려한다’ 혹은 ‘우려한다’고 답했다. 투표자 사기란 한 유권자가 여러 번 투표하거나, 타인을 사칭해 투표하는 등의 행위 등을 일컫는다. 특히 공화당원 유권자의 86%, 무당파 유권자의 55%, 민주당 당원 유권자의 33%가 각각 ‘투표자 사기’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원들이 투표자 사기를 특히 걱정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색이 짙어지자 투표자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당시 투표소 직접 투표보다 개표 순서가 늦은 부재자 투표와 우편 투표가 나중에 집계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던 주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우편 투표를 더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개표 결과도 갑자기 바뀌었다.

성별·인종 간 지지 후보 크게 갈라져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 성별과 인종 간 지지 후보 간 격차도 극명하게 갈라졌다. 적극 투표 의향을 가진 남성의 경우 트럼프가 57% 대 41%로, 적극 투표 의향의 여성은 해리스가 58% 대 40%로 각각 오차 범위 밖의 우세를 보였다. 또 백인 적극 투표층에서 트럼프는 해리스에 53% 대 45%로, 비(非)백인 적극 투표층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에 60% 대 39%로 각각 앞섰다.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약한 투표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마리화나 문제에 대해서도 2016년에는 ‘의료용 사용’만 지지했으며 그 외 사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1세 이상 성인에 대해 마리화나의 사적 사용을 허용하는 플로리다 주민 투표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진보성향 색채를 희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제 이슈에 민감한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경합 주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으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행한 경제정책 연설에서 “나는 자본주의자”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믿으며 미국의 혁신이 갖는 힘을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투자’를 내세우며 스타트업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현재의 5000달러에서 5만 달러로 10배 상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