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참전에 원전 부흥?…"소는 누가 키우나"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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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원전 르네상스를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잇따르고 있다.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택하면서다. AI 열풍과 그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 수요는 원자력 산업의 부흥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까.
투자자들도 빅테크가 지불하려는 '원전 프리미엄'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세그라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원전 건설을 시도할 만한 시장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가 새로운 원자력에 투자할 것이라는 재정적 약속을 공표하고 시장 수요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미국에서 대규모 용량의 신규 원전에 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 내부자들의 선긋기 발언도 잇따라 알려지고 있다. 구글의 캐롤라인 골린 에너지 시장 개발 책임자는 이번 뉴욕 기후행사에서 "빅테크들이 모든 원전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노에 MS 마이크로소프트의 원자력 담당 이사는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심포지엄에서 "빅테크들이 신규 원전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가격에 장기 PPA를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더 큰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전 부흥은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업 베첼의 아흐메트 톡피나르 원자력 사업부 총괄 매니저는 "빅테크는 직접 원전을 건설하고 소유 및 운영하는 데 관심이 없고 최종 사용자만 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빅테크가 아무리 프리미엄이 붙은 PPA를 제공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초기 개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PA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에너지를 장기 구매하는 계약이지만,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초과 비용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빅테크들과 원자력 기업들은 새로운 재정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PPA를 통해 지불하게 될 에너지의 최종 가격에 초과 건설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초기 계약 시점 이후에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피터 프리드 전 메타 에너지 전략 이사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다음,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가격을 확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원전이 돌아왔다, 그런데…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구에서 수십 년간 정체돼 있던 원자력 산업이 올해 MS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 빅테크들의 참전으로 들끓고 있다. MS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전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아마존은 지난 3월에 펜실베이니아주 서스퀘해나 스팀 전기 원전 옆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며 6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빅테크뿐만 아니다. 세계 대형 은행들도 이달 초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사에서 원전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X(옛 트위터)에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 규모의 저비용, 저탄소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 옆에 건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크리스 리스 메타 에너지 전략 매니저는 "실제로 원전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모든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원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원자력 산업 내부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중국 등이 지난 수십 년간 원자로 분야에서 활발히 앞서나가는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는 탈(脫)원전 움직임 등으로 원자로 건설이 급감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단 세 개의 원자로만 신규 건설했고, 이마저도 막대한 비용 초과로 어려움을 겪었다.투자자들도 빅테크가 지불하려는 '원전 프리미엄'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세그라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원전 건설을 시도할 만한 시장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가 새로운 원자력에 투자할 것이라는 재정적 약속을 공표하고 시장 수요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미국에서 대규모 용량의 신규 원전에 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러나 원전 부흥 조짐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로 돈 문제 때문이다. 건설 기한을 수년을 넘기고 예산도 수십억 달러 이상 초과하기 일쑤인 원자력 프로젝트의 리스크에 선뜻 베팅할 대형 투자자가 없다는 점이다. 한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원자력 부문 관계자는 "빅테크들은 결코 원전을 자산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원전 투자가 빅테크의 본업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빅테크 내부자들의 선긋기 발언도 잇따라 알려지고 있다. 구글의 캐롤라인 골린 에너지 시장 개발 책임자는 이번 뉴욕 기후행사에서 "빅테크들이 모든 원전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노에 MS 마이크로소프트의 원자력 담당 이사는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심포지엄에서 "빅테크들이 신규 원전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가격에 장기 PPA를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더 큰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전 부흥은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업 베첼의 아흐메트 톡피나르 원자력 사업부 총괄 매니저는 "빅테크는 직접 원전을 건설하고 소유 및 운영하는 데 관심이 없고 최종 사용자만 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빅테크가 아무리 프리미엄이 붙은 PPA를 제공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초기 개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PA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에너지를 장기 구매하는 계약이지만,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초과 비용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빅테크들과 원자력 기업들은 새로운 재정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PPA를 통해 지불하게 될 에너지의 최종 가격에 초과 건설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초기 계약 시점 이후에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피터 프리드 전 메타 에너지 전략 이사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다음,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가격을 확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