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vs 세종 '고려아연 공개매수' 전략 대결

로펌업계도 '쩐의 전쟁' 참전

고려아연 방어 나선 김앤장
회사법 권위자 등 내세워
1차 가처분 소송 기각 이끌어내

영풍·MBK의 세종·KL파트너스
공휴일 많은 기간 공개매수 진행
상대 대응시간 줄이는 전략 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공개매수’가 경영권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개매수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지주회사 전환, 상장폐지 등에 활용된다.
주식 투자자들이 공개매수로 인한 이해득실을 면밀히 계산하는 동안 로펌업계에서는 치열한 법리 공방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을 인정하는 중요한 판결을 끌어냈다.

○경영권 방어 위한 자기주식 취득 ‘인정’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 2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개매수 기간 회사의 자사주 취득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1차 가처분 소송의 주요 쟁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주체인 영풍의 특별관계자인지 여부였다.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종료일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영풍과 고려아연을 공동 보유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자본시장법상 ‘별도 매수 금지 의무’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봤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지난달 13일 MBK와 공동으로 고려아연 주식 14.61%를 취득하기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 의사에 반하는 ‘적대적 공개매수’로 판단한 셈이다.이 판결 직후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개시하며 경영권 방어 전략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MBK·영풍 연합은 즉각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2차 소송의 핵심 쟁점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 자사주 매입인지 여부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배당가능이익이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6조원 이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MBK·영풍은 중간배당 시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법정 준비금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계산될 뿐 임의적립금을 공제하지 않는다.

자사주 매입에 관한 법률은 경영권 방어와 주가 부양 차원에서 세 차례 개정됐다. 최초에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으로 제한해오다가 외환위기 직후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로 확대했으며, 이후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라면 수량 제한 없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김앤장 vs 세종 또다시 격돌

이번 분쟁은 유수 로펌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고려아연 측 법률대리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오랜 경력의 김용상 변호사, 회사법과 자본시장법 권위자로 꼽히는 고창현 변호사, 판사 출신 노재호 변호사, 그리고 롯데그룹·한진칼의 경영권 방어 사건을 맡아온 조현덕 변호사가 고려아연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섰다.

반면 영풍과 MBK 측 법률대리인은 케이엘파트너스와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김범수 케이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부장판사 출신인 이원, 이용우, 오새론 등 세종 소속 변호사가 대거 투입됐다. 영풍 측은 추석 연휴와 개천절 등 공휴일이 많은 시기를 공개매수 기간으로 선택함으로써 상대방의 대응 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은 최소 20일이지만 이번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11거래일 만에 이뤄졌다”며 “공개매수 기간 산정 방식을 기존 캘린더 기준이 아니라 해외처럼 거래일 기준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