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부터 국감, 정쟁으로 날 지새울 바엔 차라리 없애라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26일간 실시된다. 국감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를 통한 국정 효율성 제고가 근본 취지다. 그러나 1988년 부활 이후 국감은 이런 본연의 기능은 어디 가고 정쟁으로 일관해 매번 무용론이 제기됐는데, 올해도 시작 전부터 우려를 키운다.

더불어민주당은 온통 ‘김건희 국감’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건희 심판본부’를 꾸리고, 단독으로 채택한 관련 증인 및 참고인이 100명에 이른다. 특검법과 상설특검 동시 추진과 국회 운영위·법사위·행안위·국토위·국방위 등 각 상임위를 동원한 전방위적 ‘김건희 압박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윤 정권 끝장 국감’을 외치고, 이재명 대표가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라고 한 것은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다. 다음달 이 대표 판결을 앞두고 ‘김건희 스모킹 건’을 찾아 탄핵 고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란 말이 횡행한다. 김건희 여사 의혹은 사법 차원에서 다루면 되지 국감 중심 이슈로 끌어들이고, 탄핵 선동 수단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부각한다고 하지만 관련 증인들이 야당에 의해 채택되지 못한 것을 보면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업인 마구잡이 증인 채택 구태도 여전하다. 과기정통위만 하더라도 증인과 참고인이 162명에 달하고, 상당수가 기업인이다.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정무위 등도 기업인을 수십 명씩 부른다. 이 정도면 ‘기업인 벌세우기’ ‘병풍 국감’ 되풀이 공산이 크다. 야당은 최종 계약 때까지 힘을 보태기는 망정 ‘저가 수주’라며 체코 원전 문제도 따지겠다고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안팎 상황을 보면 여야가 국감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의정 갈등, 북핵 등 글로벌 지정학적 안보 위험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내내 특검, 탄핵, 국정조사, 청문회 드잡이로 날을 새고, 국감마저 정치 공세에 필요한 소재와 사람 찾기에 급급하다. 이런 국감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