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더 비싸게"…고려아연 자금 총동원땐 125만원까지 가능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83만원에서 더 올릴 듯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이르면 이번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추가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똑같은 가격을 제시한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14일)이 고려아연보다 9일 빠른 데다 사법 리스크도 있는 만큼 넉넉하게 올려야 주주들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할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인상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번주에 인상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가 한번 더 상향…"매수가 같으면 MBK 연합 승리"
4.7兆 실탄으로 기관투자가 설득…90만원 안팎까지 올릴 가능성

“똑같은 공개매수가격이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100% 이긴다.”

지난 4일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올리자 시장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공개매수 종료 시점. 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은 오는 14일이다. 4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한 고려아연의 종료 시점은 23일이다. 고려아연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에게는 똑같은 가격인 만큼 먼저 종료되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확실하게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사법 리스크. MBK 연합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2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비싸게 매입하는 건 배임 소지가 큰 데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배당가능이익보다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 판결은 이르면 18일께 나온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기 전에 판결이 나온다는 얘기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중단된다. 주주로선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마다하고 굳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고려아연의 ‘러브콜’을 받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마지막 변수는 세금이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소득세를, 일반 공개매수를 받아들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미국 투자자의 경우 조세협약에 따라 자국 상장사에 투자하는 배당세는 16.5%지만 양도세는 0%다. 싱가포르도 배당세 15%, 양도세 0%다. MBK 연합 측 제안이 훨씬 매력적이란 의미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가의 경우 똑같이 법인세가 부과되는 만큼 차이는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고려아연이 ‘전(錢)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넉넉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고려아연 측에 주식을 팔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는 한 고려아연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80만원대 후반 또는 90만원 안팎까지 공개매수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고려아연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4조7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론 공개매수가를 125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매입할 수 있는 최대 주식(372만6591주)을 고려아연이 동원 가능한 자금으로 계산한 결과다. 고려아연은 내부 자금,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차입금, 하나은행·SC제일은행 등과 맺은 단기차입금 약정 한도 계약, 재무적투자자(FI) 베인캐피탈 현금 등으로 ‘실탄’을 준비했다. 다만 설비 투자와 운영 자금을 고려할 때 모든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시장에선 현실적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치를 100만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일각에선 MBK 연합의 자금 동원력도 만만치 않은 만큼 고려아연이 더는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올리지 않고 ‘백기투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성상훈/김익환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