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영화감독] 인간 속내 파고든 日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성(性)을 소재 삼은 ‘로망 포르노’로 경력을 시작한 영화감독은 수십 년 후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라는 언어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속내를 날카롭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69·사진) 이야기다.

구로사와 감독은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이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팬심을 드러낸 것을 비롯해 연상호 감독 등이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는다.구로사와 감독은 릿쿄대에서 공부를 마친 후 로망 포르노 ‘간다천 음란전쟁’으로 데뷔했다. 저예산 야쿠자물 등 ‘B급’이라고 불리는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자유로운 장르적 상상력을 갖춘 구로사와 감독은 1997년 자신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스릴러 ‘큐어’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당시 세기말적인 사회 환경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로사와 감독의 미학을 지금 부산에서 체험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자신의 영화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들고 내한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