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미래 10년 로드맵' 세울 때…세금·규제에 둘러싸인 韓반도체는 '신음'

ASML 폭발적 성장 배경은…

영업이익, 10년새 600% 넘게 '껑충'
경영·감독 각각 독립적 이사회 존재
적절한 시기에 단행한 M&A 영향도
ASML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63.9%, 2.5% 증가한 275억6000만유로, 9억400만유로를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각각 367.1%, 606.2% 뛰었다. ASML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으로는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10년 후 기술 및 시장 트렌드를 내다보는 ‘로드맵 경영’이 꼽힌다.

ASML은 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과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각각 지분 10.32%와 7.95%를 보유한 미국 종합금융회사인 캐피털그룹과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주요 주주다. ASML은 투명한 경영을 위해 경영이사회와 감독위원회가 독립된 이원적 이사회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영이사회는 ASML의 미래 로드맵을 마련하고 회사 경영 전반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 ASML의 경영이사회는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로저 대센 최고재무책임자(CFO), 프레데릭 슈나이더마오너리 최고운영책임자(COO), 웨인 앨런 최고전략조달책임자(CSSPO), 짐 쿤만 최고고객책임자(CCO) 등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는 최대 4년 임기로 선임되며 연임이 가능하다.아홉 명으로 구성된 감독위원회는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경영이사회에 조언하며 경영 전반을 감독한다. 경영이사회의 임명 및 승계 계획, 리스크 관리, 재무 보고, 법률 및 규정 준수,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요 투자, 예산 편성 및 주식 발행 등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감독위원회가 승인한다.

극자외선(EUV) 장비도 ASML의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로드맵 경영’이 낳은 성과다. ASML은 범용으로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방식의 노광이 주류로 올라서기 훨씬 전인 2006년부터 EUV 연구를 시작했다. 제때 필요한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것도 장기적인 로드맵의 결과물이다.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상속세와 까다로운 공정거래법에 신음할 때 ASML은 M&A로 ‘반도체 영토’를 확장했다. 푸케 CEO는 “단순히 투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10년 단위의 철저한 로드맵을 짠 뒤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10년 후를 내다보는 로드맵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펠트호번=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