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MS가 수조원 투자…의료AI 메카 된 시애틀

탄탄한 산학연 네트워크 갖춰

워싱턴대서 세운 신약사 '자이라'
10억弗 펀딩 받아 거대 스타트업

MS, 창업 학생에 2억원 규모 지원
‘17조원’. 아마존이 2010년부터 시애틀을 포함해 미국 워싱턴주에 투자한 금액이다. 수백 명의 과학자를 비롯해 8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했다. 간접적 영향을 더하면 일자리 24만 개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시애틀을 의료 인공지능(AI) 메카로 키우는 이유 중 하나는 탄탄한 산학연 네트워크다.

시애틀은 빌 게이츠가 2018년 혈액암으로 사망한 폴 앨런 MS 공동창업자와 함께 컴퓨터 해킹 놀이로 밤을 지새우던 곳이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게이츠는 1975년 시애틀로 돌아와 MS를 창업했다.MS 핵심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MS연구소는 워싱턴대와 협업해 시애틀을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도시로 발전시켰다.

빅테크 기업과 워싱턴대의 협력은 공고하다. 아마존은 2022년 190만달러를 들여 워싱턴대에 ‘과학 허브’를 구축했다. MS는 워싱턴대 창업 학생들에게 생성형 AI(GPT-4), 클라우드 서비스(애저) 등 최신 AI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 팀당 최대 2억원 규모다. MS 전문가와의 1 대 1 멘토링 기회도 준다. 시애틀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앨런의 기부로 이뤄진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어렵지 않게 마주쳤다.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에 기부한 금액만 5300억원에 달한다.

AI 기반 단백질 신약개발사 자이라테라퓨틱스는 이 같은 탄탄한 산학연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올 4월 자이라테라퓨틱스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시드 펀딩’(사업 초기에 받는 투자금)을 모집해 화제가 됐다. 바이오는 물론 AI 스타트업 중에서도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다.프랑수아 바네이 워싱턴대 혁신 담당 부총장(생화학과 교수)은 “지난해 12개 스타트업이 창업했다”며 “연간 15개 이상 딥테크 기업을 분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대는 ‘코모션’ ‘버크 센터’ 등 다수의 창업 지원 센터를 운영하며 기술 창업을 돕고 있다. 코모션은 AI를 활용한 기술 창업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278개 스타트업이 코모션을 거쳐 창업했다. 현재 30개 이상 팀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애틀=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