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기 필리핀 공장 현장 점검…"MLCC 시장 선점"

새 먹거리 '전자산업의 쌀' 강조
AI·로봇 등 관련 시장 1위 목표
전장용 MLCC 올 매출 1兆 도전
< 삼성전기 MLCC 현장 점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에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 공장을 찾아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을 조기 선점할 것을 주문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인공지능(AI), 전기차 산업 확대로 수요가 급증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MLCC 공장을 둘러본 뒤 경영진과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임직원과 간담회도 하고 AI 로봇, 전기차 등 첨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중국 톈진과 함께 삼성전기 MLCC 생산의 핵심 지역이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를 주로 생산한다. 삼성전기는 2012년 필리핀에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규모를 키웠다. 수원과 부산 사업장은 MLCC용 소재 및 연구개발의 거점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댐’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주로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용 부품으로 쓰이다가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확산으로 고성능 전장용 MLCC 수요가 늘어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IT용에는 MLCC가 1000개 정도 장착되는 데 비해 전기차에는 최소 3000개에서 최대 2만 개가 쓰여 시장이 훨씬 크다. 전장용 MLCC는 가격도 IT용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업계에선 지난해 4조원 규모였던 MLCC 시장이 2028년엔 9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이 주기적으로 MLCC 사업을 점검하는 것도 그만큼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MLCC 사업 현황 점검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0년과 2022년엔 부산 사업장을, 지난해엔 톈진 공장을 찾았다. 2020년 부산 사업장 방문 당시 이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했다.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엔 전체 사업 중 전장용 부품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기는 이를 위해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