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퍼주는 기본소득…올트먼 실험서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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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로즈 박사 인터뷰“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욕망·상황 등 달라
실업기간 늘고 유흥비로 탕진
7일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비즈니스라운지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로즈 오픈리서치 기본소득 연구총괄이사는 ‘무조건적 소득 연구(Unconditional Cash Study)’ 결과에 대해 이같이 총평했다. 그는 ‘챗GPT’로 잘 알려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400억달러를 투입한 무조건적 소득 연구를 이끌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00명에게 월 1000달러(약 138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한 실험이다. 당시 올트먼 CEO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며 비영리 연구재단인 오픈리서치에 이 같은 실험을 의뢰했다.실험 결과는 올트먼 CEO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수혜 집단은 비교군 대비 주 평균 1.3시간을 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않았다. 기본소득을 받기 시작한 첫해에만 스트레스가 줄었고, 2년 차에는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3년 차가 되자 오히려 실험군의 스트레스 수치가 대조군을 넘어섰다.
동일한 금액을 지원했을 때 각종 지표가 평균적으로 악화한 것을 놓고 로즈 이사는 “현금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건 없는 ‘공돈’이 생기면 사람은 교육과 시간 등 여러 기회를 얻는데, 각자 놓인 상황에 따라 현금 용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즈 이사는 “같은 금액이었지만 어떤 이들은 충분하다고 여겼고, 어떤 이들은 최소 2000달러가 필요하다며 부족함을 호소했다”며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나눠줄 때 저마다 다른 우선순위와 욕구를 모두 충족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즈 이사는 국가별로 적정 지원 금액을 다르게 설정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건강보험 시스템과 돌봄 등 양육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예산에 따라 소득보장 규모를 다르게 산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공공 의료서비스가 비싼 편인데 의료비가 저렴하거나 사실상 공짜인 나라에서 월 1000달러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해련/이호기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