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증상도 없다" 공포…머릿속 '시한폭탄' 뭐길래 [건강!톡]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파열되면 3명 중 1명 사망
두통
뇌동맥류는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동맥혈관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하는 데 혈관벽이 얇아져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되면 환자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윤원기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7일 "뇌동맥류는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하지만 파열되면 인생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두통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일부 환자들은 망치에 얻어맞은 것과 같다고 통증 강도를 표현한다. 오심 구토나 뒷목이 뻣뻣한 증상을 함께 호소하고 심하면 의식저하, 혼수상태 등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는 크기가 2㎜ 정도인 것부터 50㎜ 이상인 것까지 분포할 정도로 다양하다. 40~70대에 흔히 발견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혈류 역학적 원인 탓에 혈관벽에 균열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혈관에 염증이나 외상이 생겨 혈관벽이 망가지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뇌동정맥기형이나 모야모야병 등 뇌혈관 질환이 있을 때 뇌동맥류가 생기기도 한다.흡연 고혈압 등은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가족 중 뇌동맥류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4배 정도 높다. 뇌동맥류는 터지면 뇌출혈로 이어진다. 제때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터지기 전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견하더라도 치료를 고심하는 환자가 비교적 많다.

터지기 전에 발견했다면 치료를 잘 받는 게 중요하다. 머리를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클립으로 집어 묶는 '클립결찰술'과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1㎜이하 얇은 백금 코일을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코일색전술' 등이 많이 활용된다.클립결찰술은 재발이나 합병증 가능성이 높을 때, 환자가 젊을 때, 뇌 표피에 뇌동맥류가 생겼을 때 주로 시행한다. 재발률이 낮지만 뇌를 열고 수술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코일색전술은 클립결찰술보다 수술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빨라 고령환자에게 많이 시행된다. 상대적으로 재발률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뇌동맥류 종류에 따라 고난도 병변에 최적화된 다양한 수술·시술법도 개발되고 있다. 클립결찰술은 눈썹이나 관자놀이에 3㎝ 이하 작은 구멍을 내는 미니개두술로 시행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있다.코일색전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뇌동맥류나 25㎜ 이상인 거대뇌동맥류 치료엔 뇌동맥류에 코일이 아닌 스텐트를 넣어 혈류 방향을 바꿔주는 혈류변환 스텐트 시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뇌동맥류가 혈관이 겹친 부위에 생겨 시술 난도가 높을 땐 '풍선을 통한 혈류변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다. 풍선과 스텐트 시술이 동시에 진행돼 시술법 난도가 높지만 더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다.

윤원기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관이 갈라지는 지점에 생기는 분지형 뇌동맥류는 경부가 넓어 코일색전술만으론 부족하다"며 "이런 경우 와이어를 촘촘히 엮은 뇌혈류차단기(WEB)를 뇌동맥류 안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술한다"고 했다. 기존 결찰술과 코일색전술 단점을 보완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인 새 치료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뇌동맥류는 시술이나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 않는다. 치료를 잘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 또 생길 수 있다. 고혈압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코일색전술이나 스텐트 시술 환자라면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추적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윤 교수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병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다만 조기에 발견하면 파열되기 전에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고혈압 등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건강검진 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