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철재 2.5배로 우주선처럼 빚어낸 베이징 리저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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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종영의 아트차이나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여러 방면에서 국제적인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박차를 가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도록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주역은 바로 건축물이었다. 이전에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남북의 중축선을 따라 그나마 우뚝 선 고루(鼓樓)와 종루(鐘樓)가 있어서 시간별로 울려퍼지는 북소리와 종소리가 고만고만하게 낮은 지붕들 위에 울려퍼졌다면, 2000년도를 전후해서는 지금껏 보지못했던 혁신적 설계 디자인의 고층 건축물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의 풍경이 완전히 탈바꿈되었다.2008년에 베이징 시민들을 대상으로 ‘뉴 랜드마크’를 선정하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는데 72개 건축물 후보가 대부분 금융가 상업지역의 현대식 건물이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중국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와 의식 변화를 건축물이 잘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이처럼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특히 정치·행정 수도의 면모를 갖춘 베이징은 경제 발전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면서 최중심에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지역이 형성되었고, 이곳에 금융, 무역, 국제기업, 문화 예술관, 명품소비관이 밀집되었다. 그러면서 주거기능과 업무공간을 하나로 합한 새로운 도시 라이프 스타일의 건물, 소호(SOHO)가 시리즈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 소호 개발엔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개발상인 판스이(藩石屹), 장신(张欣)부부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5년 ‘소호차이나’의 전신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소호 시엔따이청(Zaha Hadid, 이라크), 소호 젠와이(Riken Yamamoto, 일본), 소호 차오와이(승효상, 한국), 소호 상두(Peter Davison, 호주), 소호 광화루(Manfred von Gerkan, Stefan Tschiersch, Stefan Leuwer, 독일) 등을 세계 각국의 유명건축가에게 의뢰하여 건축하였다.
한국의 승효상 건축가는 소호 차오와이를 지을때, 중국 남부 푸젠성의 투로우(土樓)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화된 도심속에서도 전통 가옥의 느낌이 묻어나도록 설계했다. 당시 건축물들의 일률적인 유행과 거리를 두고, 투박한 숨구멍이 그대로 드러난 회색의 현무암으로 건물외벽을 지었다. 또한 소호가 공동주택인 만큼 이웃과 단절된 느낌이 없도록 둥근 형태를 취해 건물이 다같이 안쪽을 향하도록 했다. 내부에 빈 공간을 두어 마당의 느낌이 나게 하고, 사방으로 골목을 뻗게 했다. 이로써 현대적 기능의 건물이지만 정서적으로 옛모습의 정취를 잃지 않고 소통하는 기능을 넣어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설계하였다. 각각의 독특한 디자인 특색을 가진 베이징 소호 건물들 중에 2019년 베이징 펑타이구에 지어진 ‘소호 리저’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국제 5A급 오피스텔이다. 혁신적 디자인, 친환경적 기능, 미래주의적 개념의 건축물로서 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개의 트윈타워가 호(弧, arc) 모양의 철골 구조로 연결되었는데 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처럼 디자인된 유선형 타워들은 마치 스타워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건물 전체의 철골 구조 용량은 1만8300t으로 에펠탑 2.5개와 맞먹는다. 45층짜리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두 초고층 빌딩 사이의 빈 공간은 타워의 고공을 관통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중정을 이루고 있다
타워의 13, 24, 35, 45층에는 공중회랑이 설치되어 있고 외벽을 통해 광활한 도시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또한 외벽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신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고기능 Low-E 글래스와 열회수 신풍시스템 등을 사용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에 성공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박종영 한중연문화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