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배우 박명훈, "나에게 이선균은 특별한 존재... 스크린에서 살아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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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아마도 한국영화사상 학술논문, 저널 분석문과 영화평, 리뷰 기사가 가장 많이 나온 영화는 <기생충>이 아닐까. <기생충>은 각계 각층의 학자, 평론가, 관객, 대중에게 한번 쯤, 혹은 그 이상 언급되고,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명작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① 특별 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섹션 '박명훈 배우'
개봉 5년이 흐르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다시금 <기생충>이 상영됐다. 이번에는 영화의 탄생 기념이 아닌, 바로 고 이선균 배우의 회고 섹션인 [고운 사람, 이선균]의 참여 작품 중 하나로 말이다. 이번 행사에 참하는 배우 및 관계자들도, 그리고 관객들도 명작 <기생충>을 관람하는 심정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을 것이다. 상영 후 스페셜 토크로 부산을 찾은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부산국제영화제를 꽤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명훈 배우에게 부산은 어떤 곳인가.
"영화제로는 작년에 있었던 원신연 감독의 <왕을 찾아서> 행사를 포함 최소 다섯번은 왔던 것 같다. 사실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공연을 주로 했던 시절에 부산에서 공연을 하면 한 달씩 머물곤 했다. 거의 20년 전일까. 부산에서 했던 장기 공연이 많아서 이곳이 낯설지 않다. 부산을 매우 좋아한다. <기생충> 관련해서는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처음으로 (다른 수상들은 모두 이후였다) 탔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기생충>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 매우 오랜만일 것 같다. 소감이 어땠는지.
"아마 지금쯤이면 영화를 한 번쯤은 보고 오신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몰입도가 굉장해서 놀랐다. 이건 영화 <기생충>의 마력이기도 하고, 오늘 상영의 특성상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몇십 번을 본 영화지만 나 역시 정말 집중해서 봤다. 다시 봐도 디테일과 흡입력이 굉장하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 이후로 인생에 있어, 커리어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특히 어떤 점이 다른가.
"물론 변화가 많았다.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작품들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영화 프로젝트가 귀해지는 시절엔 더더욱 그렇다."
▷ 이번 <기생충> 특별 상영은 고 이선균 배우를 회고하는 섹션의 한 부분으로 상영된 것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이선균 배우를 보는 기분은 어땠는지.
"일단 정말 좋은 배우가 아닌가. <기생충> 때도 사실 선균이가 박사장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랑 동갑이기도 해서 친구처럼 지냈고, 현장에서도 내가 많이 의지했었다. 전주에서 <기생충>을 촬영하는 두 달 동안 운동도 같이하고 촬영 끝나면 술도 한잔하고, 매우 가깝게 지냈다.
그만큼 나에게 선균이는 특별한 존재다. 이보다 먼저 상영이 있었던 <행복의 나라>를 보았을 때는 통곡을 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데 오히려 오늘 <기생충> 상영은 만나서 기쁜 생각이 더 컸다. (물론 슬픈 거야 기저에 항상 있지만) 선균이가 스크린에서 살아 있는 기분이었고 선균이가 이 영화(들)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영화를 보니 오늘 가장 좋았던 장면은 어떤 것인가?
"문광 (극 중 와이프) 과 주인들이 나가고 난 저택에서 여유롭게 춤을 추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우리의 조합이 좋아서 <기생충>의 조감독이었던 김성식 감독이 <천박사 퇴마 연구소>로 데뷔하면서 우리를 부잣집 부부로 특별 출연시키기도 했다 (웃음). 가난한 부부의 한을 풀어줬달까 (웃음)."▷ <기생충> 촬영 기간, 혹은 이후 시상식을 같이 다녔을 때나 이선균 배우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칸이든 아카데미든 함께 다니던 시절이 정말 모두 즐거웠다. 이선균이라는 인간 자체가 매우 멋있고 유쾌한 사람이다. 선균이가 좋아하던 것 중에 ‘9시 주’라는 것이 있다. 맥주잔에 9할을 소주를 따르고 1할만 맥주를 섞는 것이다. 이걸 마시면 9시 전에 집으로 귀가한다고 해서 선균이가 사람들에게 9시주를 만들어주곤 했다 (웃음)."
▷ 배우로서 이선균은 어떤 배우였다고 생각하나.
"존경한다. 내가 영화 속에서 박사장에게 ‘리스펙트’라고 늘 말했던 것처럼 실제로 그렇다. 선균이는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성실하고 진지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아서 나에게도 늘 이건 괜찮을지 저건 어떨지 물어보곤 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선균이만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난 그게 <끝까지 간다>에서의 ‘고건수’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말 인간 이선균을 캐릭터화 시킨 것처럼, 혹은 고건수 캐릭터를 인간으로 형상화 한 것처럼 그 역할은 이선균만의 고유한 어떤 존재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박명훈 배우를 <기생충>을 포함한 다수의 상업영화로 떠올릴 수 있겠지만 사실 박정범 감독의 <산다>, 박석영 감독의 <재꽃> 등의 전설적인 독립영화로 산업 내에서 이름을 먼저 알렸다. 이후로도 독립영화를 꾸준히 해 왔는데 배우 박명훈에게 독립영화란 어떤 존재인가.
"일단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좋아한다. 또한 상업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연기 방식이나 한계가 있는 것들을 독립영화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를 꾸준히 하고 싶다."▷ 곧 독립영화 <장손>의 후원 상영, 박명훈과 보는 <장손>을 추진했다고 들었다. 특별히 <장손>을 선택한 이유는?
"감독 오정민과 가까운 사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독립영화를 좋아하고, 이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배우 앙상블이 너무 좋은 영화다. 요즘처럼 영화 산업이 힘들 때 <장손>처럼 좋은 작품이 태어나기 힘들 것 같았고, 그런 귀한 작품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작품은?
"끝마쳤지만, 아직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몇 개 있다. 아까 언급한 원신연 감독의<왕을 찾아서> 그리고 신연식 감독의 <1승> 그리고 최근에는 백승환 감독과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이라는 영화를 마쳤다. 유재명 배우, 신승호 배우도 출연하는 오컬트 영화다. 현재 하는 작품은 <내일의 민재>라는 독립영화다. 최무성 배우도 함께 출연하는데 기대가 된다." 배우 박명훈은 영화를 보고 와서 “선균이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 말은 어쩌면 함께했던 동료, 박명훈뿐만 아니라 이선균의(배우로서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던 우리 모두의 심정이기도 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스크린 속에서 우리를 맞이할 배우 이선균. 기억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