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온라인도매시장 출범…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유통단계 줄여 비용 절감, 물류 최적화 이끌어 내

40년 만의 농산물 유통 '이정표'
수산물도 온라인거래 대상 포함
빅데이터 구축해 거래 정보 공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출범시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매시장 통합 홈페이지 모습. /aT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거래 정보 개방 등을 통해 정부 국정과제인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오늘날 경매제도에 기반한 유통구조는 1985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개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경매 시스템이 복잡한데다, 지방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서울로 이동해 경매를 거친 다음 다시 지방 도매시장으로 역물류 되다 보니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aT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온라인 도매시장을 출범시켰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약 40년 만에 농산물 유통체계가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는 이정표가 됐다. 물류 이동이 최적화되면서 유통비용이 낮아졌고, 시공간 제약 없이 전국 어디서나 비대면으로 거래할 수 있어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수산물도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특정 지역이나 시장에서의 거래에 한정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전국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기존 경매시스템에 지정 또는 허가받은 주체들만 참여할 수 있던 것과 다르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선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미곡종합처리장(RPC), 식자재 업체 등 농수산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공급·수요처가 경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통단계도 줄었다. 오프라인 도매유통체계는 산지에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을 거쳐야 농수산물이 실구매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총 3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우선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1단계)가 가능하다. 도매시장법인이 제삼자에게 판매하거나,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농수산물을 집하하는 거래방식도 생겨났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체결된 다음 구매자가 지정한 장소로 운송하는 방식도 가능해 물류의 최적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aT는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 도매시장의 거래 정보를 국민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의 ‘국가중점데이터 개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aT는 지난해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도입해 도매시장의 사전 출하 정보 수집 체계를 마련했다. 농축수산물의 표준코드를 전면 개정해 정보 관리 표준화를 이뤄내는 성과도 거뒀다. aT는 전자적 출하자 신고 체계를 개선하고 수집한 정보의 모니터링 체계도 만들었다. aT는 “전자송품장은 기존에 수기로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30개 항목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됐다”며 “출하 예약과 예상 반입량 파악, 혼잡도 예측이 가능해져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국가중점데이터 개방사업’을 통해 △추가 개방 과제 발굴 △데이터 품질 개선을 위한 진단 △전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통한 정보 관리 효율화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구축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aT는 2025년까지 전국 도매시장 거래 관련 데이터를 공공데이터 포털에 전면 개방한다는 계획이다.데이터 개방과 함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농업인들의 출하 선택권이 확대되고, 유통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수산물 수급 정책에도 이 같은 정보가 활용되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홍문표 aT 사장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앞으로도 온라인 도매시장의 활성화와 공공데이터 활용을 확대해 디지털 기반의 유통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농수산업계 전반에 걸친 혁신을 지속해서 이뤄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