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선생님 왜 욕해요"…교사들 충격 받은 사연

교총 설문조사
교원 92% "학생 문해력 과거에 비해 저하"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발자유화 토론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 왜 욕해요’라고 하더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적'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교총은 5000명 이상의 교원이 실례를 들어 심각한 교실 상황을 토로했다고 밝혔다.7일 교총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하냐'는 물음에 교원 91.8%는 "저하됐다"(저하 53%, 매우 저하 39%)고 답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48.2%로 절반에 달했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나 차지했다.

교원들은 "시험을 치는데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못 풀어 난감하다", "개념이 아니라 단어를 가르치면서 진도를 나가야 해 너무 힘들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등 답답함을 호소했다.교원들은 학생 문해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이 뒤를 이었다.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론 '독서활동 강화'(32.4%)가 꼽혔다.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으로 응답자 수가 많았다.

교총은 "학생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기도 곤란한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체 문맹률은 1~2%대로 매우 낮지만 이것이 문해력이 높다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