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프레드 커플스의 가방에 우드 6개가 꽂힌 까닭은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프레드 커플스(65)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표 베테랑'이다. '명예의 전당' 입회자인 그는 마스터스 대회를 포함해 PGA투어에서 15승을 거뒀다. 1986년 세계 골프 랭킹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제' 타이거 우즈(49)와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를 함께하는 절친이기도 하다.

며칠 전 생일을 지나며 65세가 된 커플스의 골프 여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시니어 투어인 PGA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그는 총 14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마스터스에서 최고령 예선 통과기록도 세웠다. 나이가 들어도 커플스 특유의 리듬을 가진 전환동작과 아름다운 스윙은 여전하다. 다만 클럽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최근 끝난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커플스의 만나 그의 클럽을 살펴봤는데 드라이버와 함께 3·5번 우드와 4·5·6번 레스큐 클럽(하이브리드)을 갖고 있었다. 우드만 6개로, 아이언 중 가장 긴 것이 7번 이었다. 전성기 시절 가장 멀리치는 선수 중 하나였던 그는 "우드를 많이 갖고 다니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며 177야드에서 6번 레스큐 클럽을 잡았다.
프레드 커플스. AFP연합뉴스
커플스의 클럽 구성은 골퍼들이 자신의 한계를 잘 파악하고 노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프로 선수들이 2, 3번 아이언을 들고 멋진 샷을 날리는 것이 큰 자랑이었지만 요즘은 선수들도 하이브리드 클럽이나 드라이빙 아이언을 잡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쳤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스코어가 승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커플스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여전히 드라이버는 260야드를 치지만 아이언은 도통 칠 수가 없다"며 "더 많은 우드를 가지고 플레이했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과 제한된 몸의 유연성, 이전보다 낮아진 클럽스피드라는 조건에서 그는 더 많은 우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내년 마스터스 출전을 예고한 그는 "젊은 선수들이 나보다 50야드를 더 보내지만 난 여전히 그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화가 커플스에게 안겨준 문제는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느끼는 고민과 비슷하다. 워터헤저드를 넘겨야 하는 파3홀에서 모든 골퍼가 숏 아이언을 잡을 필요는 없다. 동반자보다 한 두 클럽 크게, 혹은 하이브리드를 잡더라도 그린에 공을 올리는 골퍼가 승자다. 커플스의 골프백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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