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가 내 근무시간을 줄인다면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이 개봉했다. 극 중 최고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자비스’가 마치 개인 비서처럼 아이언맨과 대화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모습이다. 2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이를 현실 세계에서 만나고 있다.

예금보험제도의 핵심 중 하나는 금융계약자가 예금보험 제도를 온전히 이해하고 금융상품 선택에 반영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더라도 불필요한 예금 인출 등 동요를 일으키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상시에도 금융회사는 판매 금융상품에 예금보험 여부를 충실하게 표시하고 안내하며, 예금보험기구는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런 금융회사의 예금보험 표시 제도 시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전국 금융회사 영업점 중 1000개 이상을 선별해 방문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금융회사 홈페이지는 전수 점검하고 있는데, 총 284개나 되는 금융회사의 홈페이지와 앱에 게시된 수천 개 금융상품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숫자도 많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수시로 개발되고 있어 담당 직원들의 몸이 100개라도 모자란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예금보험공사는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함께 5개 대형 은행에 대해 AI 기반 온라인 표시제도 점검시스템을 시범 구축했다.

웹크롤링 기술을 활용해 각 금융회사 홈페이지에서 금융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예금보험에 관한 표시를 적정하게 하고 있는지 AI가 스스로 판정한다. 개발 과정에서 수천 번 Al를 학습시킨 덕분에 판정 정확도가 사람이 직접 점검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점검 업무의 80%를 자동화해 소요 시간이 10일에서 2~3일로 단축돼 업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올해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발견한 일부 미비점을 보완해 더 ‘똑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용 대상도 전체 은행과 저축은행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의 AI 기반 예금보험 표시 제도 점검시스템은 지난 4월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 아태지역위원회 연차총회에서 소개돼 글로벌 무대에도 그 존재를 알렸다. 예금보험공사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노력은 예금보험 업무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된다. 아이언맨 영화 속 ‘자비스(J.A.R.V.I.S)’는 ‘그냥 좀 많이 똑똑한 시스템’(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의 준말이라고 한다. 올해 업그레이드를 마치면 예금보험공사도 예금보험 표시 제도 점검 ‘로봇’에 멋진 이름을 지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