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언이 형 차 뽑아줬어요" 기안84 등판…MZ들도 찾는다

"2030 세대 중고차 판매 비중 높아져"
업계 MZ세대에 어필하는 모델 발탁
/사진제공=MBC
"(이)시언이 형 차 한 대 뽑아줬습니다."

웹툰 작가 기안84의 유튜브 채널 '인생 84'에 최근 올라온 한 영상 제목이다. 이 영상은 164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는데, 사실 이 영상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 기안84는 지난 6월 엔카닷컴 광고모델로 발탁된 바 있다.영상에서는 엔카닷컴의 서비스 및 중고차 살 때의 알맞은 조언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기안84가 배우 이시언에게 선물한 중고차는 지금은 단종된 2007년식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의 체어맨. 유료 광고가 포함된 영상이지만 "검소한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긍정적 반응이 댓글로 달리기도 했다.
사진=기안84 유튜브 '인생84' 캡처

"필요하면 산다"...중고차 찾는 2030세대

기안84의 이러한 영상 모습은 요즘 트렌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20~30대 중심으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요노는 과감한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기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반대말로,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에 따라 최근 중고차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실제 수치로도 증명됐다. 9일 엔카닷컴이 올해 1~8월 20~30대의 중고차 구매 문의와 조회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중고차 구매 문의 비중은 전체 세대에서 절반을 넘는 약 54%에 달했다. 같은 기간 20대 구매문의 비중은 20.79%로 전년 동기(18.85%)보다 증가했다. 이들은 1000만~2000만원 미만 가격대 중고차를 가장 많이 조회하고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은 2000만~3000만원 미만, 여성은 1000만원 미만 차량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실제 최근 NH농협은행의 금융 거래 및 카드 결제 내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20~30대의 중고차 구매는 29% 증가했다"며 "여성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중형 세단이나 소형차를 선호하고, 같은 세대의 남성들은 실용적인 차량에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도 20~30대가 실용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트렌드로 준대형 중고차보다는 준중형·중형 중고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최근 뚜렷하다고 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20~30대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차량은 아반떼 AD"라며 "지난해 같은 기간 그랜저가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헤이딜러 모델로 발탁된 수지/사진=헤이딜러

"젊은 트렌드에 맞게"...변화하는 중고차 업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중고차 업계도 젊은층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고차 업계는 20~30세대에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엔카닷컴이 광고모델로 발탁한 기안84다. 기안84는 웹툰 작가이면서도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MZ(밀레니얼+Z)세대에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차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헤이딜러도 최근 배우 수지를 모델로 발탁,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팝업스토어도 화제다. 헤이딜러는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해 제주에 이어 서울 성수동에 '내 차 조향소' 팝업을 열었다. 인공지능(AI) 자판기로 디퓨저를 뽑는다는 콘셉트로 매일 200~300개의 디퓨저가 소진됐을 만큼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MZ세대의 중고차 선호 현상은 대표적 레몬마켓(정보 불균형 시장)으로 꼽혔던 중고차 시장이 최근 현대차·기아 같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으로 투명해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고차 플랫폼 또한 환불 서비스나 보증 서비스 등 혼탁했던 중고차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차에 대해 잘 모르면 사기당하기 좋은 시장'으로 알려져 그간 젊은 사람들 접근을 막았던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 진출 등으로 비교적 시장이 많이 정화되면서 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중고차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