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달라졌다…리더십 물음표 커지자 '깜짝' 행보 [이슬기의 정치 번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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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해 힘든 정치인의 언행을 국민의 언어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말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했고, 원외 당협위원장들과도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한동훈, '세 불리기 '광폭 행보 시작
'원내의 시간'에 스포트라이트 받아
'원외 대표' 한계 지적 받더니 각성했나
친한계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을 확실한 세력화 시동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고 하니, '세력화 시동'이라는 분석이 차라리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한 대표의 이러한 적극 행보는 사실 다소 의외인 구석도 있습니다. 소위 '한동훈계'가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매우 잠잠했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는 60%가 넘는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강한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와 함께 대표로 당선됐지만, 최근까지 '친한계' 의원은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이번 모임이 있기까지, 한 대표는 친한계 의원들과 따로 모임을 갖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 핵심 친한계 의원은 아주 최근까지 '친한계에는 구심점이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누구 한 명 먼저 나서서 '우리끼리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죠.
'리더십 물음표' 커지던 때…韓, 직접 "만찬 참석" 전화
그래서일까요. 한 대표는 이번 만찬에 꽤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만찬에 '깜짝' 등장했던 모 의원에 따르면, 한 대표가 이번 만찬을 앞두고 직접 참석해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취임 이후 좀처럼 일대일 소통을 하지 않던 한 대표가 이 만찬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셈입니다.그 덕분인지 지난 6일 이뤄진 이만찬에는 김건, 김재섭, 조경태 의원 등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 캠프에 있지 않았던 이들이 추가로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만찬이 이뤄진 시점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한 대표가 순방을 떠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하는 대신 친한계 의원들과 만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하필 그 시점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국정감사는 '원내의 시간'으로 불립니다. 전당대회 때부터 '원외 대표'의 한계를 지적받아온 한 대표는 당초 국정감사 동안 '민생 투어'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문제는 한 대표에 대한 평가가 취임 이후 조금씩 악화했다는 점입니다. 한 대표가 띄운 여야의정 합의체가 끝내 결성되지 못하면서 리더십의 한계를 보인 게 결정타가 됐습니다. 정치권 내에서는 이 상태로 '원내의 시간'이 시작되면, 한 대표에게는 위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한 대표는 바로 이런 때에 새로운 이슈를 띄운 것입니다. 당 대표로서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을 만들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죠. 때마침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록 사건까지 터지며 정치권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친윤계는 경계의 고삐를 바짝 잡는 모습입니다. 권성동 의원은 "이렇게 공개적, 노골적으로 식사 모임을 한다고 광고하며 모임을 가진 것을 본 적은 없다. 자칫 친한계끼리 만찬을 했다는 이런 것이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고, 권영세 의원도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 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여권 인사는 이와 관련 "부정적인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한 대표가 영리하게 이슈를 돌렸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국정감사에 김건희 여사 이슈가 계속 오르내리는 상황과 맞물리며 '한동훈의 시간'이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