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는 행정지도, 공정위는 담합…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추란 말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에 판매장려금 등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최대 5조5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업체별 최대 과징금 규모는 SK텔레콤 2조1960억원, KT 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1조6418억원 등이다.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담합 판정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장려금과 지급 조건 등을 사전에 조절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행정지도를 준수한 것이기에 담합 판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통신 3사 및 방통위의 설명이다. 방통위는 번호이동 자유화 제도를 10년 운용해 본 결과 과당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2014년 10월 판매장려금을 30만원으로 제한하고 하루 번호이동 건수도 2만4000건을 넘지 않도록 했다. 통신사가 따르지 않을 방도가 없었다.과징금 규모도 문제다. 공정위가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은 퀄컴에 내린 1조300억원이었는데, 이번 과징금 예정 최대 규모는 기업별로 퀄컴보다 60~120% 많다. 전체로는 퀄컴의 5배를 훨씬 웃돈다. 징벌적 수준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처 행정지도에 따른 기업들의 상호 협력에 담합 올가미를 씌우려는 공정위의 무리수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 건이다. 금융위원회 규정을 지켰다는 해명에도 2012년부터 대대적 조사를 벌이다가 2016년 무혐의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2022년엔 23개 해운사에 8000억원의 담합 과징금을 매기려다 해양수산부가 지도한 것이라고 하자 962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올 2월 관련 행정소송 첫 판결에선 공정위가 패소했다.

공정위는 더 이상 독불장군처럼 행세해선 안 된다. 행정 지도엔 다 이유가 있는 만큼 소관 부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은 어느 장단에도 춤을 출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