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호남 사림' 연구…고영진 광주대 교수 별세

조선 시대 사상 연구로 시작해 16∼17세기 '호남 사림(士林)' 연구에 헌신한 고영진(高英津) 광주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가 8일 오전 8시40분께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65세.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0∼1970년대 동아일보를 이끌며 박정희 정권과 대립한 고재욱(1903∼1976) 전 동아일보 회장의 장손이다. 고인은 중동고를 거쳐 서울대 국사학과('79학번')에 들어간 뒤 서울대 동아리 '마당패 탈'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서울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다 투옥·제적을 거쳐 강제 입대 후 복학했다.

1996년부터 광주대 사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98년 '역사와현실' 편집위원, 2001년 계간 '역사비평' 편집위원'을 맡았고, 2003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분야 책임전문위원, 2005년 율곡학회 학술이사, 2006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광주대 사학과가 없어진 탓에 2007년부터는 관광학과(현재는 호텔관광경영학부)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연구 분야는 조선시대 사상사였다.

흔히 '사색당파'간의 권력투쟁으로만 오해하는 예학 논쟁의 정치·사회·경제적 배경을 연구해 '조선 중기 예학사상사'(1995), '조선 시대 사상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1999) 같은 저서를 펴냈다. 특히 박상(1474∼1530), 김인후(1510∼1560), 유희춘(1513∼1577), 안방준(1573∼1654), 고부천(1578∼1636), 정홍명(1582∼1650) 등 16∼17세기 호남 지역 사림의 전통을 깊이 연구해 '호남사림의 학맥과 사상'(2007)을 썼다.

1990년대 EBS(교육방송) 라디오 한국사 교양 프로그램을 번갈아 가며 진행한 고석규 목포대 사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역사의 맥락을 쉽게 풀어주는 '역사속의 역사 읽기'(1996)를 썼고, 이 책을 보강해서 '한국사 속의 한국사(1∼3)'(2016)을 냈다.

고석규 명예교수는 "고인은 조선시대 사상사를 연구했고, 특히 호남 사림을 깊이 파고든 학자였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조미하씨와 사이에 2남(고범준·고만준) 등이 있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10일 오전 5시20분, 장지 국립5.18민주묘지. ☎ 02-207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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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